잊혀질만 하면 터지는 문건유출 파문이 민주당에서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앞으로 계속될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문건이어서 그 진위 여부와 함께 유출의 배후가 어디인지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민주당 측은 해당 문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누군가 거짓으로 문건을 만들어서 특정 후보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포했다는 뜻이다. 죄질이 매우 불량할 뿐더러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민주당의 기본정신에도 정면 배치된다.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가 23일 국회 대표실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즉각 조사에 들어가기로 한 것도 그 파장이 적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선과정의 유불리를 결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문건인 만큼 당 차원에서 정면대응 하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19대 대선 본선에서도 이 문제가 논란이 될 경우 민주당 후보의 입지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만약 ‘괴문서’ 유출로 경선 승리에 도움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면 이를 어떻게 답변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당내의 반칙과 불법으로 승리한 대선후보라면 국민에게 무엇으로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중앙당선관위가 지체 없이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진상규명에 들어간 것은 다행스럽다. 더 큰 논란으로 번지거나 다른 후보들의 반발이 폭발하기 전에 사태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인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괴문서라면 괴문서대로, 그게 아니라 일부 인사들의 과잉 충성이 빚은 불법행태라면 그에 상응한 책임과 대책을 빨리 강구해야 할 것이다. 사실이라면 그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아무튼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 대목에서 걱정이 되는 것은 이번 사태를 ‘당내 문제’라고 해서, 그리고 사태가 더 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적당하게’ 문제를 덮고 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 문건유출 사태는 그 진위여부를 떠나 이미 당내 경선레이스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공방까지 국민은 지켜보았다. 더욱이 그런 문건이 지금 이 시간에도 사이버 공간을 떠돌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이에 대한 당의 후속대책과 그 진실을 밝히는 문제로 집약된다. 그렇잖아도 민주당은 특정 세력의 패권적 행태가 누누이 지적돼 왔던 터이다. 그럼에도 또 적당하게 넘어갈 것인지, 아니면 다소의 상처를 각오하더라도 발본색원의 의지를 보일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괴문서의 꼼수나 특정 세력의 반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수권정당을 역설하는 민주당이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민주당에게도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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