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을지대 겸임교수 

 

얼마 만에 찾은 영국인지 모르겠다. 거의 20년 전 배낭 하나 메고 거리를 헤매며 돌아다녔던 추억의 런던을 다시 찾은 것은, 다름 아닌 북한의 솔제니친 반디 선생의 고발 소설집의 영어판이 출간돼 영국도서전에서 소개되는 것과, 20개국 18개 언어권으로 출간을 준비 중인 글로벌 출판관계자들과 3월말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를 논의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았다.

성공적인 도서전을 지켜보고 필자가 찾은 곳은 영국 런던 교외의 자그마한 시골도시였는데,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탈북형제와의 만남이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찾았던 그곳은, 한국의 시골마을처럼 조용하면서도 왠지 정감이 넘치는 그런 곳이었다.

런던에서의 음식들이 맞지 않아 조금은 속이 불편할 때 맛깔나게 끓여온 된장찌개는, 시차의 고통이나 조국 대한민국의 시름을 잊을 정도로 황홀했다.

그런 행복감에 젖어있을 무렵, 또 다른 탈북형제들의 저녁식사 자리에 초대받게 됐는데, 여기에는 민주평통 영국협의회 위원님들과 뜻밖의 동행을 하게 됐다.

한적한 시골도시 모퉁이에 자리 잡은 초대장소로 찾아갔을 때, 우리들 눈앞에 펼쳐 진 것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은 통일이 다소곳이 놓여있었다.

양강도의 농마국수가 이날의 메인요리였는데 말로만 듣던 국수를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두 그릇씩이나 뚝딱 해치운 우리 일행은, 하하 호호 낄낄 깔깔… 식사가 마칠 때까지 언제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에 마음 편히 남북한의 자유민(?)들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호사를 만끽했다.

민주평통 영국협의회 간사님의 한글학교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2세, 3세 교육의 필요성과 올바른 역사교육이 얼마나 소중한지 너도나도 감격의 폭풍칭찬이 뒤따랐고, 거실의 한 면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한반도 전체지도를 보면서, 아오지 탄광, 괴로군 포로 등으로 멸시와 천대의 대상이었던 국군포로의 아픔에 함께 눈물을 흘렸으며, 반디 선생의 고발 소설집 영어판 출간을 축하하면서 마치 자신의 사연들을 간증하는 것처럼 열과 성을 다해 모두의 이야기에 몰입했었다.

영국의 그곳은 그야말로 작은 통일의 현장이었다.

다음날 스코틀랜드 에버딘에서 개최예정인 6.25 참전용사 위문행사를 위해 작은 통일의 현장을 함께했던 민주평통 영국협의회 분들이 출발게이트로 떠나고, 필자는 다음 행선지인 독일 베를린으로 가는 항공편을 찾아 발걸음을 돌릴 때, 내 마음의 작은 통일은 짙은 감동으로 지금까지 그 여운을 함께하고 있다.

독일의 베를린에서 분단과 통일현장을 둘러보고 있을 즈음, 스코틀랜드로 떠났던 민주평통 손병권 간사님으로부터 사진과 함께 이런 글귀가 날아왔다.

“내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을 등지고, 조국의 요청에 이름 없고, 들어본 적 없는 조그마한 나라 ‘대한민국’ 그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말없이 달려와 죽음을 선택한 그분… 그 이름 ‘Korean War Veterans’….

비록 그 노병의 육체는 늙었지만, 마음만은 잊지 못하는 첫사랑의 순정만큼 고귀함을 간직하며, 그 참전의 자랑스러움은 순백의 순결보다 더 예쁨을 느낍니다.”

해외의 탈북형제들과 교포사회의 건승을 진심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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