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들꽃 언덕에서 - 유안진
[마음이 머무는 시] 들꽃 언덕에서 - 유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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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언덕에서 

유안진(1941~  )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시평]

봄이 이제 완연하다. 나무들도 물이 올랐고, 들에는 풀꽃들이 피어나기 시작을 한다. 참으로 좋은 때이다. 머잖아 온 산천을 뒤덮는 풀꽃들을 보며, 저들은 과연 누가 저렇게 아름답게 피워놓는 것일까 생각을 할 것이다.

그렇구나! 사람들이 조성해 놓은 화단이나 화분에서 자라는 화초는 사람들이 돈을 들여 사가지고 와서는 심어놓고 또 물을 주고, 이리저리 가꾸고 하며 기른 꽃이다. 그러나 아무러한 값도 치르지 않은 산과 들에 피어나는 들꽃들은 하느님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햇살을 보내고, 비를 내려주고, 또 이슬을 내려 키우시는 것이니, 그 값을 무엇으로 매길 수 있겠는가. 

소동파(蘇東坡)라는 송나라 때 시인이 말을 했던가. 세상의 모든 물건은 각기 주인이 있지만(物各有主) 강가에 부는 바람(江上之淸風)과 산간에 떠오르는 달(山間之明月)은 그 누가 취한다고 해도 금하지 않고(取之勿禁) 아무리 써도 다 하지 않으니(用之不竭) 이것은 바로 하늘이 무진장(無盡藏)으로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머잖아 온 천지를 뒤덮을 그 들꽃 피어나는 언덕에 올라서, 들꽃의 그 향기를 맡으며, 무진장으로 주고 있는 하늘의 향기를 맡으며, 이래서 하늘의 눈금이 우리 인간들이 그어놓은 눈금과는 이렇게 다르구나, 느끼며, 잠시라도 무진장의 하늘의 그 향기를 누리는 자연인이 되어보는 것, 어떨까, 이 봄날에.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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