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승 모임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
‘총무원장 직선제’ 촉구 기자회견
“청정승가 위해 직선제 시행해야”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기본과 상식과 공의가 통하는 수행자가 종단의 지도자가 돼야 합니다.”
조계종 수행승들의 모임인 전국선원수좌회가 총무원장 직선제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불교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불교, 이대로는 안 된다. 총무원장은 이제 그만 권력을 내려놓고 직선제를 이행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수좌회는 청정승가를 구현하기 위해선 총무원장 직선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좌회 의장 월암스님은 “청정승풍이 무너진 종단의 현실에 수행자로서 참회를 올린다”며 “파사현정(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의 심정으로 청정승가 구현의 한 방편으로 총무원장 직선제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좌회 대표 의정스님은 “우리는 ‘수행이 곧 교화’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종단 일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멀리서 수행으로 종단이나 불교전체를 이롭게 해왔다”며 “그러나 현재 불교의 위상은 수행자 감소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불교 내에선 300만 신도가 감소했다는 것을 심각한 법난이라고 인식하지만, 법난에 처했음에도 일부 종단 지도자들의 일탈로 불교 신도들뿐 아니라 국민에게까지 불교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사부대중 수행 공동체가 뿌리째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성토했다.
스님은 “더 이상 청정승가가 추락하는 모습에 눈 감고 있을 수 없어 큰마음을 먹고 나오게 됐다”며 “청정승가를 바로 세우는 방안이 직선제”라고 주장했다. 직선제가 가장 율장에 가깝고, 종도들의 뜻을 따라 덕망 있고 영험한 수행자를 뽑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전날 수좌회는 성명을 내고 청정승가 구현을 위한 직선제 실행을 촉구했다.
수좌회는 ‘청정승가 구현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총무원장과 총무원 집행부, 중앙종회에 ▲종단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청정승가를 구현할 것 ▲자승 총무원장은 직선제를 실행함으로써 즉각 재임공약을 이행할 것 ▲중앙종회는 직선특위를 가동해 직선제를 관철할 것 ▲재정의 투명화로 수계(부처의 계율을 받음)에서 다비(시체를 화장함)까지의 전면 복지를 시행할 것 ▲총무원장 피선거권의 제약을 규정한 선거법을 즉각 개정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 성명에는 장로선림위원장 적명스님(봉암사 수좌)과 부위원장 무여스님(축서사 선원장)을 비롯해 장로선임위원인 고우(원로위원), 대원(원로위원), 혜국(석종사 선원장), 현기(상무주암 선덕), 성우(용화사 선덕), 지선(백양사 방장), 원각(해인사 방장), 인각(범어사 수좌), 지환(동화사 유나), 정찬(대흥사 유나)스님 등 120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현재 총무원장 선거에서 간선제 방식을 취하고 있는 조계종은 선거 방식을 두고 개혁을 논의해 왔다. 현행 방식인 간선제로 치를 것인지, ‘염화미소법(간선제로 후보를 추린 후 종정이 최종 추첨하는 방식)’으로 치를지 혹은 사부대중 대다수가 바라는 직선제로 치를지를 놓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조계종 중앙종회는 총무원장직선선출제특별위원회가 제시한 ‘직선제안’과 총무원장선출제도혁신특별위원회가 상정한 ‘염화미소법안’을 오는 27일 임시회에서 다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