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절벽 위의 트럼펫’ 스틸 (제공: 투썸업픽쳐스)

오키나와 이국적인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년·소녀의 순수한 사랑
아름다운 풍광과 영상미 뽐내지만 연기력·개연성 부족해 아쉬워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며 화제 속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의 육성재, ‘화랑’의 박형식, 민호까지 브라운관에서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들의 활약이 도드라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틴탑의 엘조가 영화 ‘절벽 위의 트럼펫(감독 한상희)’ 주연을 맡아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 ‘절벽 위의 트럼펫’은 심장병으로 꿈과 사랑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던 ‘아오이(사쿠라바나나미 분)’가 오키나와의 친척 집에 머물게 되면서, 그곳에서 만난 신비로운 소년 ‘지오(엘조분)’를 통해 가슴 두근거리는 삶의 소중함을 되찾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로맨스다.

심장 수술을 받은 ‘아오이’는 꿈과 사랑,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료한 삶을 살아가던 중 요양을 위해 삼촌이 사는 오키나와에 잠시 머물게 된다.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아오이’는 파도가 몰아치는 절벽 위에서 트럼펫을 부는 소년 ‘지오’를 보게 된다.

마을을 돌아다니던 ‘아오이’는 곳곳에서 우연히 ‘지오’와 마주친다. ‘아오이’는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긴 트럼펫만 가족이라고 여기는 ‘지오’에게서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되고 데이트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오이’의 남자친구 ‘코이치(쿠보타 유키 분)’가 찾아오고 이후로 ‘지오’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오이’의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지고, ‘아오이’의 엄마는 심장기증자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기증자의 가족을 찾아간다.

▲ 영화 ‘절벽 위의 트럼펫’ 스틸 (제공: 투썸업픽쳐스)

비, 베이비복스, 아이비 등 인기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로 이름을 알렸던 한상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2007년 이준기, 미야자키 아오이 주연의 영화 ‘첫눈’을 시작으로 꾸준히 순수하고 맑은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는 그가 이번엔 판타지 로맨스 ‘절벽 위의 트럼펫’을 들고 돌아왔다. 이는 깨끗하고 순수한 영화로 승부하겠다던 한 감독의 포부가 드러난 작품이다.

영화는 평범할 것 같은 청춘 로맨스를 몽환적이고,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생사의 위협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뒤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여자와 알 수 없는 사연을 가진 채 슬픈 눈을 한 남자의 만남. 이들의 풋풋한 사랑과 이국적인 오키나와가 만나 더욱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인물과 인물 간의 감정으로 갈등이 증폭되고 사랑하는 변해가는 과정이 아니기에 영화에는 큰 굴곡이 없다. 하지만 한여름 시골에서 먹는 빙수처럼 풋풋하고 싱그럽다. 여기에 오키나와의 푸른 바다와 파도, 작품 같은 절경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름다운 풍광과 감각적인 영상미를 선보이려는 한상희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특히 남자 주인공 ‘지오’가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바라보며 트럼펫을 부는 장면은 화보라고 생각될 만큼 아름답다.

또 한국과 일본 각 나라의 아이돌이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아오이’ 역을 맡은 사쿠라바 나나미는 지난해 각종 음악차트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던 EXO의 ‘ForLife’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한국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 영화 ‘절벽 위의 트럼펫’ 스틸 (제공: 투썸업픽쳐스)

일본에서는 ‘국민여동생’으로 불리고 있는 사쿠라바 나나미는 2008년 일본 아이돌의 등용문으로 알려진 ‘미스 매거진’에서 1만 7천여 명의 도전자를 제치고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미소녀 아이돌스타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영화 ‘썸머 워즈’ ‘진격의 거인’ 등으로 스크린에 자리매김했다. 사쿠라바 나나미는 이 영화에서 ‘지오’와의 만남을 통해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과 삶의 희망을 찾는 ‘아오이’로 분해 청순하고 순수한 매력을 뽐냈다.

상대역을 맡은 엘조는 미스테리한 인물 ‘지오’역을 맡아 배우 신고식을 치른다. 엘조는 기존의 남성적이고 강렬한 메이크업을 벗고, 수수한 얼굴로 대중 앞에 나섰다. 첫술에 배부르랴. 아무감정 없이 책 읽는 듯한 엘조의 일본어 대사는 영화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개연성 없는 이야기 전개와 트럼펫에 대한 애착, 여름 축제에 대한 약속 등 곳곳에 있는 영화적 장치에서 메시지를 찾을 수 없어 아쉽다. 영화는 지난 9일 개봉해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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