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 받은 전직 대통령 중 최장 시간
포토라인에 선 朴 “송구·성실히” 두 마디
‘미르·K재단 출연’ ‘대기업 뇌물’ 집중조사
법리검토 등 거쳐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박근혜 전(前)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총 21시간에 걸친 조사를 마치고 22일 오전 귀가했다. 검찰 조사를 받은 역대 전직 대통령 중 ‘최장 시간’ 기록이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16시간 20분,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13시간 조사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문은 전날 오후 11시 40분께 종료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7시간가량 조서를 검토한 후 이날 오전 6시 54분께 조사실에서 나와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검찰은 보강 수사와 법리 검토를 거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오전 9시 15분 삼성동 자택을 출발해 8분 후인 오전 9시 30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포토라인에 선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조사실로 향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11일 만에 육성으로 밝힌 첫 메시지는 29자로 매우 짧았다.
이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조사실 옆방에 마련된 휴게실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10분간 티타임을 갖고, 오전 9시 35분께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받았다.
2시간 30분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오전 조사가 이뤄졌고, 12시 5분부터 한시간가량의 점심식사 및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오후 1시 10분부터 시작된 오후 조사는 약 4시간 25분 동안 이어졌다. 5시 35분까지 진행된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2차례 짧은 휴식을 취했다.
이날 조사에서 대질 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된 최순실씨,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소환했으나 모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조사과정 영상녹화도 박 전 대통령 측이 동의하지 않아 진행되지 않았다.
오후 7시 10분께 다시 책상에 앉은 박 전 대통령은 11시 40시까지 조사를 받았다. 오전부터 10시간 넘게 조사를 진행한 한웅재 형사8부장의 바통을 넘겨받아 이원석 특수1부장이 오후 8시 40분쯤 투입돼 4시간 가까이 조사를 맡았다.
이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모금 의혹과 삼성과 SK 등 대기업 뇌물죄 부분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조사에 비교적 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대체로 진술을 거부하지 않았고, 언성을 높이는 등의 행동도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검찰조사 과정에서 13가지 주요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