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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생의 교단일기] 명예퇴직을 하다
뉴스천지  |  newscj@newscj.com
2017.03.21 17: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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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용 칼럼니스트

   
 

교원 명예퇴직이란 20년 이상 근속하고, 정년퇴직일 전 1년 이상의 기간이 남아있는 교원 중 신청자에 대해 예산 범위 내에서 명예퇴직 수당을 주어 조기에 퇴직을 시키는 제도이다.

근속연수와 재임기간의 징계 여부에 따라 교사는 교감으로, 교감은 교장으로 특별승진을 시켜 평생 동안 교육에 몸담았던 교사들이 자긍심을 느끼며 퇴직하게 하는 제도이다. 신규교사의 임용기회 확대 및 교직사회의 원활한 순환을 도모하기 위하여 교사들의 인력 수급을 고려해 매년 2월 말과 8월 말에 시행한다. 

서울시 교육청은 2014년, 2015년 예산이 부족하여 명예퇴직 신청자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6년 8월에 이어 올 2월에는 명예퇴직 신청자들을 전원 수용했다. 이에 따라 중학교 교사 416명을 포함해 총 995명이 2017년 2월에 명예퇴직을 통해 교단을 떠났다.

필자는 작년 8월 31일부로 평생 몸 바쳐 온 교직을 접고 명예퇴직을 했다. 아직 젊은 나이인 56세의 나이에 명예퇴직을 한다고 하니 지인과 가족의 염려가 많았다. 특히 “여보, 애들이 대학은 졸업했다고 하지만 애들 결혼 할 때 집은 못해줘도 전세금이라도 보태줘야 하는데 명예퇴직을 하면 어떻게 해요?”라며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아내의 말에 결심이 흔들리기도 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내게 반문했다. ‘교사로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학생들에 대한 열정이 내 심장에 남아 있는가?’ 아이들에게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단순히 월급만을 생각하며 정년까지 근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젠 열정이 넘치는 후배 교사들에게 길을 터주고 명예롭게 퇴직하는 것이 선배 교사로서 해야 할 도리란 생각이 들었다.

32년간의 공직을 마무리하며 남들과 다르게 의미 있게 교직을 떠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동안 선배 교사의 명예퇴직을 지켜 봐 왔던 것을 떠올렸다. 상조회 규정에 따라 후배교사가 십시일반 마련한 전별금을 받고, 선배교사는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 퇴직기념’ 수건을 한 장씩 나눠주며 고별사를 하고 교직을 떠났다.

‘선배교사가 명예퇴직을 하는데 후배 교사가 무슨 죄가 있다고 선배교사에게 전별금을 내어주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에 상조회에 거부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상조회 규정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그럼 그 돈으로 장학금을 주고 떠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을 봐왔던 기억을 떠 올리며 장학금 줄 학생을 선정했다.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보다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며 성실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다. 아빠와 둘이 어렵게 살면서도 복도에서 만나면 늘 반갑고 예쁘게 인사하는 시연이, 축구를 좋아해서 아침마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씩씩한 모습을 잃지 않는 동식이,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감싸며 리더십을 발휘했던 지선이, 장교가 되겠다며 장교 출신인 내게 장교가 되는 방법을 질문하던 우성이 등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목표의식을 갖고 생활하는 학생들을 골랐다.

선정된 아이들을 불러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지켜보니 너희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분야에서건 성실한 사회인으로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어 장학금을 주는 거다. 남은 학교생활 열심히 하고 선생님의 뜻을 기억해주기 바란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동료 교사들에게는 “명예퇴직은 32년간 교직생활을 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교사로서 받는 상이다. 그런 상을 받고 떠나는 것은 내가 잘난 것이 아니라 많은 선후배 교사들이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그 도움에 대한 보답으로 내 돈으로 식사자리를 마련해서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며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동료인 오 교사는 “30년간 교직에 근무하며 수많은 선배 교사들의 정년퇴직, 명예퇴직을 지켜봤지만 최 선생처럼 베풀고 떠나는 교사는 보지 못했는데 참 멋지다”고 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시인의 ‘낙화’의 첫 머리를 떠올리며 젊음을 바쳤던 교단을 미련 없이 떠났다. 아쉬움과 회한을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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