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늦어지면 한중FTA 선제추진 가능성 제기

(워싱턴=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미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체결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이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발행된 미 유력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한미 FTA 비준 문제를 놓고 동아시아의 역학관계 차원에서 해석을 했다. 중국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FTA를 실기할 경우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 비준이 단순한 양국 경제 협력의 차원을 벗어나 미국의 대 아시아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중국은 군사면에서나 경제면에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미 FTA는 중국 변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 FTA는 오바마 행정부가 의지를 갖고 하는 데 달려있다"면서 "민주당 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려있지 않겠나. 우리는 미국 정부, 오바마 행정부의 능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미 의회를 상대로 한 전방위적인 설득을 촉구한 셈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미 정부와 의회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 대목 역시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요구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면 미국이 경제회복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로 갈 위험성이 있지 않나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호무역주의로 해서 얻는 것은 잠깐이고 결국은 자유무역주의로의 글로벌 리더십이 미국에 영원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자유무역원칙을 이번처럼 강도높게 제기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한미 FTA 비준을 망설인다면 한국과 중국의 FTA가 먼저 체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했다.

특히 한국은 중국과의 통상규모가 미국과 통상 규모보다 훨씬 크고 향후 중국과의 교역은 점점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면서 미국의 합리적이고 조속한 판단을 주문했다.

이러한 언급 역시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직설적인 톤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경제적으로 너무 한 나라에 의존도가 크면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한중간 자유무역협정 교섭 시작은 시간문제"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이 날짜 칼럼에서 "이 대통령이 언급한 중국 요인이 있다"며 "미국의 견제를 위한 그의 바람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지도자들에 의해서 공유되지만 일부만이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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