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가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변칙 세습을 비판하며 19일 오전부터 교회 맞은편 보도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명성교회는 이날 저녁 예배 후 공동의회를 열고, 새노래명성교회(김하나 목사) 합병 건과 위임목사 청빙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동호 “총회장 지낸 분이 총회 결의 무시하고 꼼수 강행”
‘김삼환-김하나’ 세습 한목소리 비판… 공동의회 통과될 듯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서울 강남의 초대형교회로 알려진 명성교회(임시당회장 유경종 목사)가 합병이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세습을 추진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명성교회는 안팎의 따가운 시선에도 최근 임시당회를 열어 경기도 하남시 새노래명성교회와 합병을 결의했다. 문제는 새노래명성교회가 명성교회 김삼환(72) 원로목사의 장남 김하나(44) 목사가 담임으로 시무하기 때문이다. 명성교회 당회가 ‘합병 및 위임목사’ 안건을 통과시키면 김하나 목사가 위임목사로 청빙돼 편법 세습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세습 반대를 외쳐온 교회개혁실천연대는 19일 공동의회가 열리는 명성교회 앞에서 피켓 시위로 세습 거부를 교인들에게 촉구했다.

등록교인 수만 10만명이 넘는 명성교회는 개신교 장로교단 중에 가장 큰 교회로 알려진 곳이다. 교회를 개척한 김삼환 목사가 2015년 12월 은퇴한 후 현재까지 담임목사가 없는 상황이라, 담임목사 청빙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는 임시당회장을 파송하고, 명성교회 당회는 담임목사 청빙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 와중에 당회가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을 결의함에 따라 변칙 세습 논란이 커지고 있다.

목회자 세습 반대 운동을 펼치는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성교회가 결국 세습하려는 모양이다’라는 제목으로 변칙 세습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김동호 목사는 “교단의 총회장까지 지낸 양반(김삼환 목사)이 총회 결의까지 무시하고 꼼수로 강행한다면, 본인과 자식과 교회와 교단과 기독교를 생각할 때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예장통합 총회는 2013년 제98회 총회에서 세습금지를 골자로 법을 개정했다. 총회법에 따르면 명성교회의 ‘변칙 세습’이 최종 성사되기 위해선 노회와 총회의 결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에 김동호 목사는 “노회는 허락하면 안 된다. 노회가 만일 허락해 받는다면 총회가 들고 일어서야 한다”며 “나는 아직 그런 힘과 용기가 살아있는 총회라고 믿고 있다”고 세습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 19일 세습 논란으로 지탄을 받는 명성교회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신학대 교수·학생도 변칙세습 공개 비판

예장통합 산하 신학교 교수와 학생들도 명성교회의 변칙세습 의혹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일부 학생들은 16일 서울 광진구 한경직기념예배당에서 명성교회·새노래명성교회 합병과 김하나 목사 세습 의혹에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펼쳤다. 학생들은 현재 장신대에 출강 중인 김하나 목사의 수업 시간에 맞춰 시위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날 김 목사는 개인사정을 이유로 수업을 휴강했다.

전날 명성교회가 소속된 예장통합 총회 산하 신학교 교수 78명도 명성교회 변칙세습 의혹과 관련해 세습반대 공개 호소문을 장로회신학대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신학교수들은 명성교회가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 및 김하나 목사의 위임 청빙안을 공동의회 안건으로 상정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2013년 총회의 세습금지법 개정과 관련 “이는 교회의 주인이 예수 그리스도이며, 교회를 사유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천명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최근 명성교회 당회가 시도하는 합병 및 위임 청빙 계획이 교단법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편법적 세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하나 목사를 향해 “신앙적 양심에 따른 분별력 있는 결정을 요구한다”며 합병 반대를 선언할 것으로 강력히 촉구했다.

앞서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는 ‘명성교회 세습 감행은 중단돼야 한다’는 제목의 규탄 성명을 냈다. 개혁연대는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 명성교회 당회는 19일 공동의회를 통해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 및 김하나 목사 위임 청빙 건을 처리키로 결정했다”며 “이는 김삼환 목사가 명성교회 담임목사로 재직 시 그 아들인 김하나 목사가 경기도 하남에 새노래명성교회를 분립개척한 지 3년 만에 전격적으로 추진 된 일”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이들은 교단 헌법을 우회할 방법을 찾아야 했던 명성교회가 ‘분립개척 후 합병’이라는 편법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 3년의 시간을 통해 부목사의 당회장직 승계에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규정(헌법 제5장 제27조) 역시 피해 갈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개혁연대에 따르면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연건평 1300평의 전체 6층 건물, 명성교회 하남기도실 소속 교인 600명 등)을 받아 새노래명성교회를 개척했다.

이를 두고 개혁연대는 “교단(예장통합)이 제정한 법적 기준은 피해가면서, 여론의 지탄을 무마하기 위함이며, 합법을 가장한 변칙세습은 더욱 불순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교회 세습은 한국교회가 청산해야 할 병폐임이 다시금 확인됐다”며 “세습은 비난 여론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명성교회 세습 시도는 위기에 빠진 교회 전체의 위상을 또 한 번 추락시킬 것임이 분명하다”고 세습시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변칙 세습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명성교회 당회의 결단과 앞으로의 행보에 교단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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