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에 3000명씩 오고 가이드 70명 대기했었는데…”
“중국 단체관광 한 건도 없어… 알바하며 수입 1/8 줄어”
성산일출봉, 중국인 관광객 전년대비 ‘절반’ 수준 감소

[천지일보 제주=손성환 기자] “원래 지금이 중국인 방문이 많은 성수기인데 하나도 없어서 다른 알바를 하고 있어요.”

지난 17일 제주자치도 서귀포시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는 본래 중국인 여행가이드를 했던 30대 여성 A씨는 일거리가 없어서 행사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한반도의 미군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이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 등을 금지하면서 국내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갑자기 다른 일을 찾아야만 했다.

A씨는 “지금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기도 없고 중국 여행 관련 사이트에 상품도 등록할 수 없다”며 “국내 여행 상품을 등록하면 바로 삭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상품 등록이 중국 측으로부터 거부당하면서 한국을 방문하려는 중국 손님은 직접 국내 항공사를 통해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보통 중국인은 한국에 어떻게 와야 하는지 잘 모른다”며 “해외를 별로 안 가본 중국인들은 한국에서 입국을 거부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씨는 “지난번에도 크루즈를 타고 제주에 도착한 중국인 3000명이 그대로 다시 돌아간 일이 있었다”며 “당시 70여명의 한국 여행가이드들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차비만 버리고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올해로 제주에서 10년째 거주한 A씨는, 이곳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하면서 월평균 수입이 대기업 5~6년차 직장인 수준은 됐다. 하지만 지금 일거리가 하나도 없어서 행사장 알바를 대신하며 수입은 60만원대로 떨어졌다. 게다가 이런 일도 9~10일 정도면 끝나는 단기 알바라 또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그는 “이곳 행사장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행가이드가 7~8명 되는 것 같다”고 했다.

▲ 지난 17일 제주 성산일출봉 매표소 앞에 국내외 관광객들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성산일출봉 “중국손님 비중 8%→4%”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남쪽 서귀포시의 ‘중문관광단지’와 동쪽 ‘성산일출봉’도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중문 관광단지의 ‘G’ 편의점 정직원 천영재씨는 “하루 평균 손님이 600명인데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400명으로 줄었다”고 했다. 그는 “하루 매출로는 약 100만원이 줄었다”면서 “그나마 중문지역에는 중국인 말고도 국내외 다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 버틸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산일출봉 부근의 ‘P’ 숙박업체 최경주 실장은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공실이 많다”고 토로했다. 최 실장은 “이곳 근처에는 일출을 보러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편이고 중국인 관광객이 하루 3~4팀이 오곤 했는데, 현재 중국인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성산일출봉을 찾아가봤다. 이곳 버스 주차장에는 10여대의 버스 외에는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중국어 푯말이 적힌 관광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중국말을 하는 이들도 만날 수 없었다. 다만 동남아 지역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이들과 한국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

매표소 직원 김정협씨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고 주말에나 개인이 찾아온 중국인이 몇 명 있다”면서 “대신 우리나라 사람이나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서 오는 이들이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성산일출봉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17일까지 이곳을 찾은 전체 방문자는 54만 6902명이었고 이 중 중국인은 4만 7502명(비중 8.68%)이었다. 올해 같은 기간에는 전체 방문자 47만 1378명 중 중국인 방문자는 2만 2063명(4.68%)이다.

▲ 지난 17일 김포공항에서 국내외 관광객들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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