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CK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임시실행위원회를 열고 ‘약속의 새 땅으로 함께 나아갑시다’라는 제목의 대국민 메시지를 채택,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국정농단 세력 엄정 수사’ ‘세월호 진실규명’ 등 촉구
불의·폭력 선동하는 자리에 동원된 한국교회 참회해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조성암)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국정농단 세력의 엄정한 수사와 사드배치 중단, 일본군 위안부 합의 폐기, 세월호 진실규명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NCCK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임시실행위원회를 열고 ‘약속의 새 땅으로 함께 나아갑시다’라는 제목의 대국민 메시지를 채택했다. 임시실행위원회에는 NCCK 회장 조성암 대주교, 총무 김영주 목사 등 실행위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국정농단과 탄핵 정국에 대해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초법적 폭거를 일삼은 무도한 권력을 비폭력 평화적 방법으로 헌법적 절차에 의해 탄핵함으로써 세계사의 새로운 기념비적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며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국민의 뜻은 단지 박근혜 한 사람만을 파면하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NCCK는 “온 국민이 그토록 열망했던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민주공화국 건설을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대전환과 수술을 감행해야 한다”며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한국교회의 과오도 인정했다. 이들은 “정의를 심어 평화의 열매를 거두어야 할 교회가 불의와 폭력을 선동하는 자리에 동원됐다. 참으로 부끄러운 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이를 주도한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진정으로 회개하고 이제라도 한국교회와 사회의 개혁을 위한 일에 동참을 호소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세월호 참사 발생 3주기와 관련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함으로써 안전한 대한민국의 기초를 놓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NCCK는 “세월호 참사에는 그동안 쌓여온 우리 사회의 온갖 적폐가 고스란히 응축돼 있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2기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조속한 설치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사드배치를 비롯한 위험한 국방외교 정책은 중단하고, 굴욕적인 일본국 위안부 합의는 즉각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메시지 전문이다.

역사의 봄을 맞는 국민들께 드리는 글

약속의 새 땅으로 함께 나아갑시다.

지난해 가을부터 촛불로 타오르기 시작한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와 정의에 대한 헌신과 열정은 아름답고 위대했습니다. 혹한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천 칠백 만의 도도한 행진은 정치적 이해관계로 흔들리는 국회를 견인했고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판결의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민주역량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초법적 폭거를 일삼은 무도한 권력을 비폭력 평화적 방법으로 헌법적 절차에 의해 탄핵함으로써 세계사의 새로운 기념비적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이로써 우리 역사는 한 단계 성숙한 민주사회를 향해 전진하게 될 것입니다. 단결된 힘으로 마침내 헌법적 가치를 지켜낸 국민들의 헌신과 노고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미래를 향한 행진에서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한국교회도 과오가 있었음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일부 대형교회가 보여준 반복음적 행태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깊은 수치심과 참담함을 주었습니다. 정의를 심어 평화의 열매를 거두어야 할 교회가 불의와 폭력을 선동하는 자리에 동원되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역사로 남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일을 주도한 교회지도자들의 진정한 회개를 촉구하며 이제라도 한국교회와 사회의 개혁을 위해 동참할 것을 호소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불의한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분들과 탄핵과정에서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을 애도하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재발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은 파면되었지만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합니다.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국민들의 뜻은 단지 박근혜 한 사람을 파면하자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식과 염치가 통하고, 돈과 권력보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을 이루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이번 탄핵을 통해 단순한 과거에 대한 정죄만 아니라 미래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입니다. 지난날에도 국민의 힘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불의한 기득권세력들의 저항으로 온전한 결실을 맺지 못했던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결코 그런 우를 다시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도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세력들이 자숙하고 반성하기는커녕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임박한 대통령 선거를 핑계 삼아 법과 정의를 무너뜨리고 불의한 기득권의 생존을 꾀하려는 동정론과 양비론 등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그토록 열망했던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민주공화국 건설을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대전환과 수술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은 당장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긴 시간으로 보면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입니다.

우리는 온 국민과 함께 주장합니다.

헌법 유린과 국정 농단의 주범인 전 대통령 박근혜와 그 공범자들을 즉각 체포하고 구속수사 해야 합니다. 지금도 증거인멸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구속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의 법 상식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권력에 굴종하고 국민을 배신하여 온갖 악행을 방조하고 협력한 검찰, 국정원, 경찰 등 권력기관의 책임을 결코 묵과할 수 없습니다. 책임자들을 처벌하고, 구조적 개혁을 단행해야 합니다.

재벌과 권력의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언론, 사법, 노동 등의 개혁을 통해 정직하게 일한 사람들이 공평한 대접을 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권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가 아니라 국민의 뜻이 온전히 담길 수 있는 새로운 정치 경제 체제를 만드는 일에 매진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엄중한 국방 외교상황을 직시하여 새로운 정권이 등장할 때까지 사드배치를 비롯한 위험한 국방외교정책을 멈추어야 하고 굴욕적인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즉각 폐기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함으로써 안전한 대한민국의 기초를 놓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2기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조속한 설치를 요구합니다.

세월호 참사에는 그동안 쌓여온 우리 사회의 온갖 적폐가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그 진실을 명명백백히 드러내고 밝히는 일은 우리 사회의 역사가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로 나누어 질만큼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국민주권시대’라는 새 역사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새로운 사회, 분단과 불의의 광야를 지나 생명, 정의, 평화가 꽃피는 약속의 땅을 향한 우리의 행진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는 정치권에만 맡겨둘 일이 아닙니다. 낡은 체제와 적폐청산은 국민적 화해와 화합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생명과 진실의 세상을 열망하는 온 국민과 함께 인권이 꽃피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는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하는데 끝까지 함께 할 것을 다짐합니다. ‘묵은 땅을 갈아엎고 새 터전을 세우려는’(호세아 10:12) 거룩한 행진에 하나님께서 은총을 베풀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2017년 3월 1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NCCK)
회장 조성암 대주교
총무 김영주 목사 외 실행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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