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자 축포와 샴페인을 터트리는 이들이 많았지만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이들도 많았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었다. 탄핵을 애통해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이 무엇을 그리 잘 못했느냐는 입장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최순실의 비리일 뿐 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느냐고 한다. 법조인들 상당수도 만장일치의 헌재 결과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견해다. 법리적으로 판단했다면 탄핵이 결정될 수 없다고도 한다. 

어쨌거나 탄핵은 결정됐고, 박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3일 만에 삼성동 사저로 떠났다. 그러나 여전히 시끄럽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박 전 대통령의 말이 ‘탄핵불복’을 시사했다며 들끓었다. 또 인수인계 후 청와대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탄핵의 의미를 몰랐던 것 아니냐는 비난도 들린다. 탄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가 부랴부랴 삼성동으로 옮겼다는 등 파면된 朴 전 대통령 짓밟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가 대통령제를 시행한 이후 그다지 결말이 좋은 대통령이 없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부정선거로 밀려나 망명지에서 생을 마감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측근에게 배신당해 총에 맞아 사망했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수감생활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최초의 여성대통령은 탄핵이라는 최고형을 받고 물러났다. 그야말로 비운의 역사다. 누구는 청와대 풍수를 탓하기도 한다. 

이번 탄핵은 대통령뿐 아니라 대통령제의 문제에 기인한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 해서 개헌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막상 대권후보들은 식물대통령이 될 수 있는 개헌논의에 반대하고 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된 후에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번번이 물을 먹은 국민들은 이제 누구도 믿지 않으려 한다. 벌써부터 권좌에 오른 듯 대통령병을 보이는 후보들을 보면 더더욱 취임 후 개헌약속은 믿기 어렵다. 차기 대통령의 우선과제는 기득권의 전횡, 야합 등 적폐를 청산하고 분열된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것이다. 힘센 특정인만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으로 소수의 국민도 품고 갈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떠난 대통령을 짓밟을 때가 아니라 대통령병 없는 성숙한 대통령감, 퇴임 후에도 추앙받을 그런 대통령감을 눈을 씻고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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