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과실연 공동대표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반에 교수들이 줄을 서는 모양이다. 이른바 정치교수(폴리페서)다. 교수도 전문직업인으로서 교수일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직업을 바꿔도 된다. 문제는, 교수직을 버리지 않고 정치권을 기웃거리다가 외도가 끝나면 무리 없이 교수로 돌아올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이 때문에 애꿎게 학생이 피해를 입는다. 학문을 닦고, 미래 인재를 길러낸다는 대학교에서 그 목적에 어긋나도 내버려둘 것인가.

상식으로 생각해도 공무원 또는 정치인으로 자기 직무에서 떠나 있으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일정한 제한 장치가 있어야 한다. 교수가 공직에 나가려고 교직을 떠나도 되느냐, 공직에 나간 뒤에도 교수지위를 갖고 있어도 되느냐, 휴직해야 한다면 횟수와 기간은 얼마나 허용할 것이냐 하는 쟁점이 생긴다. 우리 사회의 가치 판단의 문제로 본다. 

정치권에 줄서는 교수들은 나중에 행정 관료로 뽑히거나 공직선거에 나갈 것이다. 행정 관료로 일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전문성과 행정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행정 능력은 경험과 자기 노력으로 키울 텐데, 교육과 연구가 주 업무인 교수가 그런 행정능력을 제대로 갖추긴 어려울 것 같다. 교수 가운데에서 고위 관료로 활동해도 될 만큼 행정능력을 갖춘 분이 얼마나 있을까? 이런 사람이 그 자리를 맡으면,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을 게 뻔하다. 낙하산 인사는 자리와 능력의 부조화에서 나오는 법이다.

학생을 바라보면 사정이 참 딱하다. 정·관계로 진출한 교수의 빈자리를 임시 강사로 땜질하고, 그 땜질이 여러 해 계속되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학생의 배울 권리는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교수가 가진 전문지식과 능력은 중요한 자산이다. 그 자산은 제도 개선이나 정책실현에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교수더라도 사회발전에 중요한 이론이나 정책방안을 갖고 있을 수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직으로 나갈 수 있다. 그 사람의 정치나 행정 경험은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요한 지식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왜 교수 자리를 지켜두고 가야 할까.

교수의 본업에서 벗어나려는 교수들은 그 길을 가도 좋다. 다만, 현직을 버리고 가야 한다. 그리고 정치나 행정에서 자기 능력을 맘껏 발휘하라. 교수직을 내놓고 가서 되돌아올 수 없어야 그 일에 승부를 걸 수 있다. 유능한 정치가나 행정가는 우리 사회에 큰 복이다. 학생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새로운 분야에서 전문인으로 우뚝 서야 하지 않겠는가.

교수직을 내놓고 가더라도 그렇게 중요한 경험을 쌓은 사람이라면 다시 학교로 가려할 때 학교에서 뿌리칠 이유가 없다. 다시 교수로 돌아오려 할 때는 그동안 쌓은 정치 실적과 행정 실적으로 교육자의 자질이 있는지 기꺼이 검증받으라. 그게 교수답다.

정치가나 행정가로 나서려는 교수는 스스로 퇴직하라. 대학교는 교수가 정치나 공직에 나갈 때는 퇴직하게 하는 내부 제도를 만들라. 그래도 안 되면, 국회는 공무원 선거법과 공무원법, 그리고 교육공무원법 등 법을 고쳐 정치교수에게 퇴직을 강제하라. 교수가 교수다울 수 있게 제도를 고치자. 우리 사회의 정의 문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선진 사회로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