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국제스포츠 행정가 이전에 '참 펜싱인'이었다. 60대 중반의 나이로 외면적으로는 세계스포츠의 거물로 위풍당당하게 보이지만 그의 진심에는 수십년 전 펜싱인의 모습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바흐 위원장은 14일 한국체대에서 가진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펜싱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한국의 어린 펜싱 후배들에게 솔직한 모습으로 보여주었다. 바흐 위원장은 학위를 받은 뒤 먼저 한체대 출신 리우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과 ‘1초의 눈물’ 신아람 등을 일으켜 세우며 “올림픽 정신을 직접 보여줬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박상영을 ‘동료(fellow)’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보였다. 이는 당초 비서로부터 건네받은 원고에는 없던 것으로 즉석에서 나왔다. 

이러한 모습은 그가 실제적인 감각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바흐 위원장은 펜싱 선배의 입장에서 비록 나라는 다르지만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이 꿈을 키워나가며 훌륭한 기회를 잡은 것을 축하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는 뜻을 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펜싱 한 길을 걸으며 IOC 위원장에 오르기까지 지혜롭고 바른 대선배의 품격을 엿볼 수 있었다. 

16일 평창에서 열린 IOC 집행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방한한 바흐 위원장은 부인과 함께 오후 방한 첫 행사로 한국체대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했다. 김성조 한체대 총장의 안내로 행사장에 들어서면서 바흐 위원장은 펜싱 검을 높이 든 한체대 펜싱 선수들의 도열 환영 퍼레이드를 받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한체대 측에서 펜싱 선수들을 앞세워 그를 환대한 것은 펜싱 선수 출신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로서 최초로 2013년 제9대 IOC 위원장이 됐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우면서 주최측으로서 진정성 있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한체대 측은 지난 1988년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에 이어 IOC 위원장으로서는 두 번째로 수여하는 명예박사학위 수여의 의미를 더해주고 개교 40주년을 맞은 학교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이벤트로 펜싱을 테마로 한 환영행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바흐 위원장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펜싱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등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며 독일 펜싱을 전 세계에 알렸으며, 1991년 IOC 위원이 된 이후 IOC 부위원장 등을 거치면서 올림픽을 통한 세계평화유지와 국제스포츠 발전에 기여했다. 그는 선수출신이지만 학업연마에 소홀하지 않았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 법학, 정치학을 이수한 후 같은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스포츠 선진국 독일에서 성공적인 롤모델로 불리기도 한다.

바흐 위원장은 답사에서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 잡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체육전문대학인 한체대에서 영예로운 명예박사학위를 받게 돼 정말 감정이 벅차오른다”며 “한체대 동문들은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 한체대 동문으로 학교에 많은 사랑과 애정을 기울이고 싶다”고 밝혔다.

김성조 한체대 총장은 환영사에서 “바흐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은 유일하게 스포츠로 특성화된 국립대학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행사라 믿고 추진했다”며 “이를 통해 한체대 학생들이 본보기로 삼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잘하며 미래의 꿈을 훌륭하게 키워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예정된 공식 행사시간 40여분에서 20분여나 늦춰진 바흐의 한체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은 한 개인의 명예를 빛내기 위한 자리라기보다는 펜싱 선수 출신으로서 어떤 식으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성공 스토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파문이후 국내 상황이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이지만 1년 앞으로 다가 온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믿는 바흐 위원장의 진정한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다시 단합해 새로운 출발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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