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역 부근 '꽃이 피어나는 소금길'은 해당화길 라일락길 등으로 서울시와 주민들이 꾸민 골목들이다. 언덕 꼭데기 부근에는 이 지역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초원서점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대역 ‘염리동 소금길’을 걷다
골목마다 아기자기 가게들 많아
개성 넘치는 서점들 ‘지역 명소’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서울 탐방에 나섰다. 이대역 5번 출구 ‘염리동 소금길’을 찾았다. 서울에 몇 안 남은 추억의 골목길이라고 한다. 이곳 일부는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돼 철거에 들어가지만, 일부는 남아 있다. 특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초원서점’과 ‘퇴근길 책한잔’이다.

염리동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염리(鹽里), 소금마을이다. 옛날 한강 마포나루에 소금 배가 드나들던 시절 소금 장수들이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이렇게 불렸다. 지금은 ‘꽃이 피어나는 소금길’이라고 적혀있다. 골목에는 해당화길, 라일락길 등 푯말이 보인다. 서울시와 주민들이 함께 벽화를 그리고 재활용 예술품도 설치하며 예쁘게 꾸몄단다.

바닥에 꽃 그림을 따라 가보면 계단을 만난다. 계단을 다 오르면 옛날 기찻길에서 볼법한 초록색 장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유리창에는 ‘초원서점’이라고 적혀 있다.

▲ 이대역 부근 '꽃이 피어나는 소금길' 골목에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이달에 방문한 초원서점은 음악 전문 서점으로 이 지역 명물이 돼가고 있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초원서점에는 추억의 레코드판과 플레이어 등이 있다. 80~90년대 가요부터 클래식까지 다양한 레코드판이 있고, 서점 주인에게 요청해서 실제로 들어볼 수도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초원서점에는 옛날 가요와 팝송 등의 음악 테이프도 가득했다. 어렸을 때 즐겨 듣던 보이즈 투맨의 음반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사실 지난해에도 이곳을 왔었다. 서점주인은 어렴풋이 기억했지만, 다시 찾은 서점의 모습은 거의 그대로였다. 이곳에는 음악가들의 평전과 자서전, 음악사, 음악이론, 음악 소재의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관련 서적들이 있다. 레코드판과 테잎, CD 등도 있다. 클래식, 대중가요, 팝송 등 다양한 음악들을 직접 들어볼 수도 있다.

초원서점 주인 장혜진씨는 “이곳을 찾는 분들이 옛날 집안에 있던 서재 같은 예스러움,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음악서적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하는 분도 많고, 코팅 책갈피나 타자기, 턴테이블 등 소품들도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초원서점은 지난해 5월 2일 처음 문을 열었다. 보통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고 월·화요일은 쉰다. 시간은 오후 1시부터 저녁 9시까지 하는데, 음악 관련 수업이나 행사가 있으면 유동적이다. ‘초원음악교실’이란 이름으로 통기타, 작사 수업 등을 진행 중이다. 4월에는 음악서적 영어 원서 읽기 수업과 노랫말을 필사하는 모임인 ‘초원살롱’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책과 음악이 있는 공연도 비정기적으로 진행한다.

▲ 음악 전문 서점 초원서점의 내부 모습이다. 햇볕도 잘 들고 음악이 항상 흐른다. 서점 주인 장혜진씨가 신간들의 서평을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장씨는 원래 방송작가였다. 그가 음악서점을 시작한 이유는 “좋아하는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서적만을 다루는 서점이 없기도 하고, 음악 취향을 넓혔다”면서 “음악에 담긴 인간사를 알게 되는 재미를 많이 느꼈다”고 했다.

가장 기분 좋았을 때는 “소개한 책을 사고 다음번에 와서 ‘그 책 정말 좋았다’고 말할 때였다”고 한다. 서점이 문을 연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커피나, 빵 같은 것을 주거나 LP, 테잎 등을 주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책을 한 권 꺼내 들어 탁자에 놓고 읽고 있노라면 따뜻한 봄볕이 창문을 통해서 들어왔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곳을 방문해보면 좋을 듯 하다.

▲ 이대역 부근 '꽃이 피어나는 소금길'의 초입에는 '퇴근길 책한잔'이라는 서점이 있다. 퇴근길에 들려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서점 주인 김종현씨가 책상에 앉아 글을 작성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또 다른 서점 ‘퇴근길 책한잔’. 퇴근길에 잠깐 들려서 맥주 한 잔을 들이키며 책을 읽는 것은 어떨까. ‘책맥(책+맥주)’ ‘북맥(book+맥주)’을 알린 곳이라고 소문이 나있다. 실제로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서점 주인은 와인잔을 닦고 있었다. 아마 독서모임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창가와 벽면, 중앙 선반 위에는 책들이 가득 진열돼 있다. 안쪽으로는 소파와 탁자가 있다. 책들은 유명 출판사가 아닌 독립출판사들의 책들이 많았다. 어느 서점에나 있는 판에 박힌 책들이 아니라 개성 넘치는 책들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독립출판물 전문 온라인 서점’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퇴근길 책한잔’ 주인 김종현씨는 “틀에 박힌 회사 생활보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서점을 운영하게 된 이유를 소개했다. “아주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서점 운영비 정도는 된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책방 주인이 쓴 글’을 보면 ‘자발적 거지’라는 표현을 쓴다. 그는 ‘영혼도 없고 개성도 없는, 남 보기에 착한 사람보다는 너답다, 나답다’라는 말을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진열된 책이나, 운영하는 행사 등도 개성이 넘쳐보였다. ‘퇴근길 책한잔’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들을 보면 회원수가 많았다. 페이스북은 회원수가 4523명이고, 인스타그램은 1만 3700여명이다. 개성 넘치는 생각과 책들, 모임들이 이들을 끌었나보다.

▲ '퇴근길 책한잔' 서점 창가에 책상과 의자가 있고 다양한 책들이 놓여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퇴근길 책한잔' 서점에는 독립출판사들의 책들이 많았다. 서점 주인은 독립출판사들의 책을 판매할 수 있는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퇴근길 책한잔' 서점에서 책을 하나 꺼내 들어 읽어봤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좋을 것 같다. 혼자 방문해도 내면을 다독일 책들이 있고 말을 걸면 친절히 답을 해주는 서점 주인이 있어 외롭지 않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씨는 “자주는 아니지만 독서모임 같은 것도 운영한다”고 말했다. 금요일 영화 상영회나 콘서트, 낭독회 등도 있다.

지난달에는 ‘책 소개팅’도 있었는데 짝이 없는 남녀 각각 5명을 초대해 책을 고르고 나중에 책 내용에 대해서 서로 나누는 방식이다.

모임에는 맥주와 와인, 커피 등을 제공한다. 책이 있어서 어색하지 않은 만남이다. 독특한 아이디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지게 하고 만남으로 이어지게 한 경우다.

처음 온 사람이 고민을 늘어놓는 데도 들어주고, 웃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표현들도 능숙히 했다. 다음에 책맥 등에 참석해보겠노라 말하고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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