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부터 사람은 강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오늘날 강 주변으로 옛 유적이 발견되는 것은 강이 식생활의 중요한 장소임을 보여준다. 서울의 한강도 마찬가지다. 한강 주변에서 발견된 유적은 여러 시대를 담고 있다. 이는 한민족의 인류사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다. 이와 관련, 한강유적에 담긴 삶을 알아봤다.

 

▲ 서울 방이동 고분군 ⓒ천지일보(뉴스천지)

초기 백제시대 추정 무덤양식
1983년 복원공사 해 공원조성

발굴조사 전 도굴…유물 적어
제6호분서 신라 토기 출토 돼

신라시대 무덤으로 보기도 해
학자들, 아직은 신중 기하는 듯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봄기운이 가득한 13일 오후 한강유적을 찾아 또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 찾은 곳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방이동 고분군’이다. 서울 잠실역에서 버스를 타고 약 10여분 후에 도착한 방이동 고분군. 주변의 큰 건물 속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원으로 조성된 방이동 고분군

 

방이동 고분군 정문을 통과해 계단에 오르자 공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민들이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제법 잘 조성돼 있는 이곳은 오후 6시까지 일반에 공개돼있었다. 공원 한쪽으로 조금 비스듬한 언덕이 보인다. 그리고 그 위에 솟아오른 무덤들이 눈에 들어왔다.

현재 방이동 고분군은 사적 제270호로 지정돼 있다. 방이동 고분군에 남아있는 무덤은 총 8기다. 정문으로 올라갔을 때, 왼쪽으로 제1·2·3·6호분이 있고, 오른쪽으로 제7·8·9·10호가 남아있다. 도시개발로 4·5호분은 사라졌다.

처음 이곳은 초기 백제시대 무덤이라고 보고되기도 했다. 백제시대 고분군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송파구의 석촌동, 방이동, 가락동 3곳이다. 하지만 형태가 남은 곳은 석촌동과 방이동이다. 가락동 고분군은 도굴 등으로 훼손된 뒤 도시개발에 밀려 흔적을 감췄다.

이곳은 1975년 잠실지구 토지구획정리 사업을 하다가 발견했다. 1976년까지 8기의 무덤을 조사했고 1983년에 복원공사를 해 공원으로 만들었다.

무덤이 있는 방이동 일대는 원래 해발 30~50m가량의 나지막한 구릉이었으나 개발로 인해 지금은 평지가 됐다.

▲ 서울 방이동 고분군 ⓒ천지일보(뉴스천지)

모든 무덤의 봉분은 원형이다. 무덤의 내부에는 생토면 위에 다듬은 돌을 이용해 방형 또는 장방형의 널방을 쌓고 널길을 만들었으나, 세부적으로는 무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고분군은 발굴 조사를 하기 전에 이미 도굴돼 유물이 많이 출토되지 않았다. 제6호분에서 회청색 굽다리 접시를 비롯한 전형적인 신라 토기들이 출토돼 신라 시대의 무덤으로 보기도 했으나, 이곳 고분군의 국적을 판단하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것은 8기 중 4기이고, 한성시대 백제 지역에 있던 서울 우면동, 하남 광암동, 성남 판교 등지에서 백제의 굴식돌방무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이곳 고분군이 백제의 무덤이라는 주장에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얕은 비탈 위 ‘제1호분’

방이동 고분군 중 눈에 띄는 것은 제1호분이었다. 야트막한 구릉의 동남쪽 비탈에 위치한 굴식돌방무덤인 제1호분. 가까이 가자 무덤 안의 모습을 조금은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구릉 비탈을 살짝 파낸 뒤 깬 돌로 네모난 널방을 만들었는데, 네 벽이 위로 올라갈수록 모두 안쪽으로 기울어지게 쌓아 폭을 좁혔다. 또 맨 위에 큰 돌을 올려 천장을 만들었다. 널방은 남북 길이 3.1m, 동서 너비 2.5m, 높이 2.15m이며, 남벽 서쪽에 널길이 붙어 있다.

▲ 서울 방이동 고분군 제1호분 ⓒ천지일보(뉴스천지)

벽면에는 석회 또는 진흙을 바르고, 바닥에는 깬 돌과 자갈을 깔았다. 이곳을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백제 웅진 도읍기의 공주 송산리 제5호분과 구조 형식이 비슷하다. 이에 일부 학자들은 방이동 고분군 무덤이 공주 고분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1983년 공원으로 조성할 때 무덤의 널길 입구를 화강암 장대석으로 덧쌓아서 흙과 돌이 무너지지 않게 했다. 2011년에는 돌방을 비롯해 봉분 전체를 보수했다.

한편 공원 안에는 고분군 3호분에 대한 학술발굴조사를 실시한다는 안내판에 서 있다. 여전히 밝혀야 할 부분이 남아있는 고분군. 역사 속에 잠자고 있는 비밀이 온전히 드러나길 기다려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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