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자원봉사, 매월 한두 차례씩 봉사활동

인간 가치 유지 위해 밥 한 끼로 따뜻한 사랑 전해

대한민국 넘어 세계 어려운 나라에서 요리봉사

▲ 최영창 한국음식자원봉사단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뉴스천지=송태복 기자] “한 끼 배불리 먹어보는 게 평생소원이었는데, 오늘 소원을 이루고 쌀도 남았어요.”

 최영창 한국음식자원봉사(이하 한식봉사단) 단장이 인도네시아 빈민가에서 음식을 나눠주고 80대 노인에게 들었던 말이다.

인간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세 가지를 우리는 의ㆍ식ㆍ주라 한다. 한식봉사단은 인간의 가장 원천적인 욕구를 해결해 줌으로써 때론 생명을 구하고, 배고픔이 삶이 된 이들에게는 평생의 소원을 이뤄주기도 했다.

한식봉사단은 매월 한두 차례씩 사회복지시설이나 다문화가정, 노숙자를 찾아가 음식을 제공한다. 단원들 대부분이 현직에 종사하고 있어 봉사할 수 있는 날은 휴일뿐이다. 한식봉사단은 그렇게 휴식을 포기하고 때론 생업의 손해도 감수하며 3년째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전하고 있다.

봉사하는 하루를 위해 며칠씩 준비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한다. 쉽게 여기는 곰탕 한 그릇도 천 명분을 준비하려면 사흘 밤낮 자는 시간 빼고는 정성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렇듯 쉽지 않은 봉사에 50여 명의 요리사가 참여하고 있다.

한식봉사단을 이끄는 최 단장이 요리 봉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15년 전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내 배만 채우는 건 짐승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봉사할 길을 찾았다. 주변에 봉사의 뜻을 내비쳤지만, 번번이 외면당했다. 그의 진실을 일시적 호기 정도로만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 2007년도에 ‘소년소녀 가장 돕기 마라톤대회’를 주최한 단체에서 최 단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완주한 참석자들에게 음식을 지원해달라는 것이었다. 그의 첫 요리 봉사였다. 수차례 요리대회 수상경력을 가진 전문 한식 요리사의 남다른 요리 봉사는 입소문을 타고 번졌고, 금세 봉사 요청이 쇄도했다.

한식봉사단의 요리봉사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속에 한국인의 따뜻함을 전하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몇 해 전 구호단체 소식지에 필리핀 톤도 지역 소녀의 코에 생긴 주먹만 한 종양을 제거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글이 게재됐다. 글을 읽은 최 단장은 자신이 돕겠노라고 구호단체에 연락했다.

그 일로 그는 소녀가 사는 필리핀 톤도 지역을 방문했다. 최 단장은 톤도 지역을 돌아보며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라는 충격과 함께 ‘평생 한 번이라도 배불리 먹게 해주자’라는 생각을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5월, 든든한 동반자인 박용배 부단장을 포함해 13명의 한식봉사단원이 머나먼 타국 필리핀 톤도 지역을 향했다. 그곳에서 나흘간 5천여 명에게 음식을 제공했다. 배고픈 현지 주민들이 음식을 보고 밀어닥쳐 사고가 생길까 봐 대규모 경찰병력도 지원됐다.

숨이 턱턱 막히는 아열대 기후에 엄청난 양의 요리를 감당할 불도, 조리기구도 제대로 없었다. 그런 곳에서 일 톤도 넘는 고기를 끊임없이 볶았다. 아이들만 먹이려 했지만, 아이를 데려 온 엄마를 모른 체 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현지 교민들과 유학생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말없이 일행을 도왔다. 최 단장은 불이 시원찮아 고생한 만큼 맛있는 밥을 먹이지 못한 게 지금도 영 서운하다고 했다.

한국에서 준비해간 라면, 옷, 학용품을 선물하고, 그곳 어린이 중 질병 상태가 심각한 4명의 치료도 지원했다. 다녀와선 더위에 숨이 막히는 톤도 지역민을 위해 선풍기도 300여 대 보냈다. 이런저런 인연과 관심이 닿아 그동안 한식봉사단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마닐라, 캄보디아를 다녀왔다. 타국의 빈민 마을을 찾아 음식을 나눠줄 때면 뜻하지 않은 일로 당황할 때가 종종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정성껏 자장면을 만들어 주고 난 뒤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자장면을 먹어본 일이 없는 아이들이 자장 따로 면 따로 먹는 걸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부랴부랴 일일이 자장면을 비벼주느라 애를 먹었단다.

최 단장은 캄보디아 어린이들이 동물들과 같이 흙탕물을 먹고 질병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캄보디아 우물 파주기 운동’도 벌이고 있다. 70만 원이면 우물 하나를 만들어 수많은 생명을 건질 수 있다.

최근에는 이윤구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함께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을 도우려 한다. 시장경제붕괴와 화폐개혁으로 가장 심각한 식량난을 겪는 함경도 주민들에게 두 달 동안 ‘곰탕에 쌀밥’을 먹여보려는 것이다.

많은 자금과 남북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사안이라 만만치는 않지만, 동족 한 명이라도 살려보자는 진정성이 모든 난관을 뚫어 주리라 믿고 있다.

▲ 850여 명의 장애우가 기거하는 영보자애원에서 요리봉사를 펼친 한국음식자원봉사단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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