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미녀와 야수’ 스틸 (제공: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실사로 재연된 애니메이션
명성만큼 화려한 수상·CG
엠마 왓슨 진취적인 ‘벨’ 연기
익숙한 줄거리 긴장감 부족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1980년대에 태어났다면 1991년 디즈니(Disney)에서 제작한 2D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감독 게리 트러스데일, 커크 와이즈)’를 세번 이상 봤을 것이다. 당시 사람처럼 말하고 움직이는 시계와 촛대, 주전자 등은 참신했고, 많은 어린이의 상상력을 키워주기에 충분했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는 애니메이션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아카데미 6개 부문 노미네이트, 골든 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남겼다. 또 전 세계 4억 2백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고 그림책, 만화책, TV시리즈 등으로 다양한 플랫폼이 나와 국경을 초월해 사랑받고 있다.

16일 개봉을 앞둔 빌 콘돈 감독의 ‘미녀와 야수’는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었던 상상을 실사로 재현해냈다. 중세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사는 ‘벨(엠마 왓슨 분)’과 저주에 걸려 ‘야수(댄 스티븐스 분)’가 된 왕자가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된다는 단순한 줄거리는 그대로다.

▲ 영화 ‘미녀와 야수’ 스틸 (제공: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똑똑하고 아름다운 ‘벨’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벨’은 전쟁 영웅으로 마을 처녀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개스톤(루크 에반스 분)’의 구애를 거부하며 운명적인 사랑을 꿈꾼다. 어느 날 ‘벨’은 갑자기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아 폐허가 된 성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저주에 걸린 ‘야수’를 만나고, 자신에게 장미꽃을 선물하기 위해 성에 있는 꽃을 꺾어 갇혀버린 아버지를 대신해 성에 갇힌다. ‘벨’은 ‘야수’뿐 아니라 성의 모든 사람이 저주에 걸려 사물로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도움을 주고자 한다. 흉악한 겉모습을 한 ‘야수’가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서서히 마음을 열어간다.

변화 없는 줄거리임에도 이 작품은 ‘해리 포터’ 시리즈로 한국 관객에게 인기를 끌어온 ‘엠마 왓슨’이 주인공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영화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엠마 왓슨’은 ‘미녀와 야수’의 모든 대사와 노래를 다 외울 정도로 원작의 열혈 팬이라고 밝히는 등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엠마 왓슨’이 만든 ‘벨’은 원작보다 훨씬 진취적이다. 꿈을 찾아 헤매는 ‘벨’은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싸(아웃사이더)’이며, 마을의 킹카 ‘개스톤’의 구혼을 무조건 거부하는 ‘철벽녀’다. 그러나 괴기한 ‘야수’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사랑은 외면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표현했다.

▲ 영화 ‘미녀와 야수’ 스틸 (제공: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야수’의 구현은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실제 같으면서도 호감을 줄 수 있어야 하기에 퍼포먼스 캡처와 몸은 움직이지 않은 채 얼굴만 움직여 캡처하는 기술 등 두 가지 최첨단 기술이 사용됐다. ‘댄 스티븐스’는 “이미 촬영해놓은 신을 생각하며 대사가 있건 없건 몸은 움직이지 않고 얼굴만 움직이며 찍어야 해서 힘들었다”며 “연회장에서의 왈츠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만으로 연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저주에 걸려 살아 움직이는 성의 가재도구인 시계와 촛대, 주전자 등은 실제 배우들의 특징을 부여해 만들어졌다. 시계 ‘콕스워스’의 바늘 모양은 ‘이안 맥켈런’의 콧수염을 닮게 만들었고, ‘옷장’의 윗부분은 ‘오드라 맥도날드’의 머리 모양과 비슷하게 디자인했다. 이 중 유일하게 팔과 다리가 자유로운 이종 촛대 ‘르미에’ 역을 맡은 ‘이완 맥그리거’는 바디수트를 입고 퍼포먼스 캡처를 통해 움직이거나 춤추는 모습을 촬영했다.

▲영화 ‘미녀와 야수’ 스틸 (제공: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들을 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미 사랑 받는 ‘Belle’ ‘Something There’ ‘Be Our Guest’ 등 ‘미녀와 야수’ OST는 스토리의 이해와 감정을 끌어올리는데 한몫했다. 여기에 원작에 참여했던 디즈니 음악의 거장 알란 멘켄이 다시 합류해 3곡의 추가곡을 선보인다.

의상 또한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캐릭터들의 상징성이 재현됐다. 특히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벨’이 ‘야수’와 무도회장에서 춤추는 장면에서 입은 노란색 드레스는 1만 2000시간의 제작 시간을 거쳐 탄생했다. 공을 들인 만큼 해당 장면에서 ‘엠마 왓슨’이 춤을 출 때 노란색 드레스는 하늘하늘 바람을 타고 우아한 맵시를 선보인다.

초반 내레이션을 통해 빠르게 이야기가 진행되며, 원작에는 없었던 ‘벨’의 어머니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 영화의 유일한 차별점이라면 차별점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줄거리와 전개 탓에 긴장감이 부족해 129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길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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