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님 끊긴 상하이 롯데마트 (출처: 연합뉴스)

고발프로 ‘완후이’ 거론 피해야
사드보복에 롯데 ‘좌불안석’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이 도를 넘은 가운데 ‘소비자의 날’을 앞두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이 노심초사하며 초긴장 상태에 들어섰다.

중국은 국영방송인 CCTV와 함께 해마다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특정 외국기업을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晩會)’의 제물로 삼아왔다. 완후이는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불린다. 한국은 2011년에 금호타이어가 품질을 비판받은 바 있다. 2014년과 2013년에는 일본 카메라 업체 니콘과 애플 등이 거론됐고, 2015년에는 폴크스바겐, 닛산, 벤츠, 랜드로버 등 수입차의 수리비 과다 청구와 차량 결함 등이 집중 조명된 바 있다.

15일 이날은 특히 중국이 자국 여행사들에 공포한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 날이기도 해 여행·관광·면세업계에서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완후이에 거론될 경우 반한(反韓) 감정과 한국기업 제품·서비스 불매운동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표적은 롯데 등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감이 극대화되면서 국내 산업 전방위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역시 가장 큰 불안 속에서 중국 소비자의 날을 지켜보는 업체는 롯데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영업정지 상태인 롯데마트 점포들 외에도 롯데의 상당수 중국 현지 사무소, 매장, 생산시설, 건설현장 등이 이달 들어 집중적으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소방, 위생 등 각종 점검을 이미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사드 배치가 속도를 내며 양국 간 갈등이 깊어질 경우에는 영업이 중단되는 롯데의 중국 사업장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만약 소비자의 날 악의적 보도 등과 함께 ‘롯데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거나 중국 내 반롯데 감정이 거세질 경우 과거 ‘티베트 독립 지지’ 논란으로 프랑스 까르푸가 중국에서 홍역을 치렀듯이 롯데도 심각한 영업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 유통 계열사의 경우 현재 중국 내 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불매운동과 규제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롯데 유통 부문의 중국 사업은 패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소방·시설 점검 후 지난해 12월부터 중단된 ‘롯데월드 선양(瀋陽)’ 등 대형 프로젝트 공사의 재개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관광·여행업계·호텔·면세점에서도 한국 기업이 거론될 경우 생길 반한 감정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CCTV는 방송 직전까지 내용을 전혀 노출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나 업계에서는 방송이 끝나는 순간까지 한국 기업이 제발 거론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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