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인공지능(AI)을 필두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개막하고 있다. 금년 초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AI가 화두였다. AI뿐 아니라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그 모든 기술 중심에는 소프트웨어(SW)가 있다. 따라서 세계 주요 국가는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열쇠인 SW경쟁력 확보에 주력한다. 우리 기업과 정부도 관심을 기울이지만 여전히 국내 SW산업 환경은 척박하다.

금년으로 우리나라의 전자정부가 시작된 지 50년이다. 우리 SW도 30년 이상 역사를 가졌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SW산업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높은 당기순이익을 올린 주요 대형은행이 국산 소프트웨어(SW) 제품의 유지보수요율이 5∼8%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정한 공공부문 가이드라인(15%)의 3분의 1 수준이다. 반면에 외산 SW는 국산보다 네 배 높은 20%대 요율을 책정했다. 국산 SW가 심각하게 역차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개선책을 내놓고 있고 10여년 동안 상용SW 유지보수요율이 8%였다가 최근 15%까지 올랐다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여전히 제자리걸음으로 체감하기 어렵다.

다행이 최근에 몇 가지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먼저 국회 송희경 의원은 “단순 물품의 구매·설치 용역 등에 대하여 하도급 사전승인제도를 개선해 불필요한 서류 절차로 인해 중소 IT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행정비용이 낭비되고 있어 관련법을 개정하여 개선하겠다”고 했다. 정부도 SW 사업에서 무료와 유료 개념이 혼용된 ‘유지보수’에 대해 SW 결함에 따른 무상의 하자보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비용을 내고 처리하는 유지관리로 정의하기로 했다.

다음은 연초부터 세계 SW 유지보수 1, 2위 업체가 앞 다퉈 한국에 진출해 국내 SW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이 분야 1위인 리미니스트리트가 들어온 지 5개월 만에 세계 2위 업체인 스피나커서포트가 한국에 상륙한다. 그동안 오라클, SAP 등 외국계 SW업계가 과점 지위를 누려왔으나 앞으로 세계 1, 2위 업체의 한국 진출 이후에는 대체 가능한 SW에 관심이 높아져서 외국계 SW 유지보수비 절감이 오히려 국산 SW 유지보수비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SW의 유지보수제도는 SW기업 특히 중소 SW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SW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SW기업은 해마다 받는 유지보수비용을 SW제품 차기 버전을 개발하는 등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제 가격을 받지 못하면 수익이 악화되고, 지속 투자가 어려워 기술 개발이 뒤처지는 악순환 구조가 지속된다. 유지보수요율에 맞게 제대로 금액을 주기 위해 사업대가를 제대로 측정해야 한다. 정부는 민간 기업에서 국산 SW제품에 낮은 유지보수비용을 주면서 외산 제품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과업을 요구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SW사업대가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사업대가 기준은 1990년대 초반에 만든 후 2010년에 처음 개정했다. 요구분석, 설계, 개발, 테스팅 4개 부분에서 많은 부분이 개발이다. 개발 부분에 대한 기능점수에 단계별 원가가 있다. 사업대가를 바꿔야 SI가 살고 SW업계가 산다. 재경비도 사업대가에 포함시켜야 한다. 아울러 SW산업이 강해지려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벤처와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한다. 역량 있고 참신한 아이디어 있는 벤처 SW업체들을 살려야 한다. 이들이 국내 SW산업을 튼튼하게 만들고 해외로 나가 세계가 주목하는 SW로 성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SW를 포함한 정보통신(ICT) 역량 강화를 위해 새로운 산업 출현과 성장을 막는 규제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선설비 규칙과 주파수 분배 관련 규제사항이 많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위치정보법 등 관련 규제를 살펴봐야 한다. 전기자동차나 무인자동차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자동차 관련법규정도 손봐야 한다. 인공지능 관련 규제도 미리 살펴보고 대응해야 한다. 4차산업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SW 중심이다. 결국 정부가 국내 SW시장을 키워줘야 선순환 효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도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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