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부터),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출처: 연합뉴스)

윗선 안 밝혀… 정관주·신동철 혐의 대부분 인정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를 작성하거나 관리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종덕 전(前)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0, 구속기소) 측이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지시를 거부하기 어렵다”며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14일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혐의에 대한 의견을 달라는 재판부 요청에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장관 변호인은 “일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관계 자체는 동의한다”면서도 김 전 장관에게 지시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지시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선 “전체 맥락을 살피지 않으면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혐의 일부에 대해서는 확실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 측은 또 “평소 정치·이념 편향성 예술모임은 지양하는 게 맞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지만 충분한 논의나 협의를 거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반성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정관주(53) 전 문체부 차관과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부비서관 측은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신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국민소통비서관으로 근무하던 2014년 6월 이후에는 공소사실과 관련한 직권남용 및 강요 행위에 구체적으로 묵인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이 부분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 전 장관 등 3명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는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이 법정에 직접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전 장관 등 3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61, 구속 기소)씨와 김기춘(78, 구속 기소)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공모해 블랙리스트 작성·실행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박근혜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문화·예술계 인사와 단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이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압력을 행사한(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김 전 장관은 문체부 소속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최규학 전 기조실장 등에게 사진서 제출을 강요하는 등 부당하게 인사 조치한 혐의도 받았다. 김 전 장관과 정 전 차관은 지난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등에 나와서 블랙리스트 관련 질의에 위증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오전 10시 3회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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