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특별동차’를 구경하는 관람객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온가족이 함께하는 철도여행
곳곳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
산교육의 장소로도 손색없어

야외·실내전시장 볼거리 풍성
‘모형 철도디오라마실’ 초인기
‘비둘기·통일호’ 옛추억 떠올라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어느새 긴 겨울이 지나가고 봄기운이 완연하다. 가족들과 주말을 이용해 마실가기 좋은 계절. 기자는 지난 4일 휴무일을 맞아 카메라를 매고 곧장 경기도 의왕시로 향했다.

서울역에서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의왕역까지 약 50분, 의왕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지점이 바로 기자가 향한 목적지다. 그곳은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철도박물관’이다.

이날 유난히 화창한 봄 날씨의 영향인지 아이들을 동반한 부부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들, 손자의 손을 잡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아이를 안은 아빠 등 가족 중심의 관람객들로 철도박물관은 생기가 넘쳐났다. 특히 유치원에서 많은 아이가 단체로 견학이나 체험을 와서 더욱 북적북적했다.

아이들은 “칙칙폭폭” 기차 소리를 내며 신난다는 듯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아동·청소년 1000원에 불과해 온 가족이 부담 없이 나들이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만 4세까지는 무료다. 입장할 때부터 인상적이다. 입장권의 모양이 실제 열차 승차권의 생김새와 비슷해 흥미를 유발했다.

의왕 철도박물관은 가족들과 나들이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에게 산교육의 장소로도 손색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기차를 대부분 좋아해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과 즐겁게 지내기에 적합하다. 기자도 소싯적 ‘은하철도 999’에 열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의왕 철도박물관은 1935년 구 철도박물관을 모태로 하여 1988년 1월 26일 의왕시 철도교육단지 내에 개관됐다. 이곳에는 100년이 넘는 철도역사를 각종 기록자료와 유물, 차량 등을 통해 알기 쉽게 보여주고 있다.

▲ 1층 전시관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오래된 큰 박물관이라서 볼거리가 많은 데다 입장료도 저렴하다. 의왕 철도박물관은 야외 전시장과 1~2층 실내전시장로 구성됐다. 연간 약 20여만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야외전시관에는 철도운영 초기에 처음으로 운행했던 증기기관차 등 20여대의 옛날 기차들을 만날 수 있다.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야외 한가운데 전시된 국가원수 의전용으로 제작된 ‘대통령특별동차’가 한눈에 들어왔다. 1969년 일본에서 수입해온 특별동차로 1999년까지 30년간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국가원수급 인사들을 위한 전용열차로 운행됐다. 2001년까지 운행됐던 이 디젤동차는 2014년 5월 박물관으로 옮겨 복원작업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전시돼 있다.

정문에서 들어서서 우편에는 거대한 증기기관차와 초대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이 타고 다닌 대통령 객차(등록문화재 제419호) 등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레일 간격이 표준보다 좁은 협궤에서 운행했던 ‘협궤증기기관차 13호(등록문화재 제418)’와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파시증기기관차 23호(등록문화재 제417호)’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운행이 중단된 비둘기호와 통일호를 박물관에 전시된 모습으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이들에게 기차에 대해 하나하나 다정하게 설명해주는 아빠들의 모습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아빠는 만 4세가 채 안 된 아들에게 “희동아, 대통령이 뭔지 알아? 이 기차는 옛날 대통령이 타고 다니던 기차야”라고 설명했다. 이에 어린 아들은 “우와! 멋지다”라고 감탄사를 귀엽게 연발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야외에 전시된 열차 대부분이 외형 위주로만 관람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유일하게 열차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는 것은 옛 경춘선 열차다. 내부가 매우 낡았지만, 추억을 떠올리기에는 족했다.

▲ 등록문화재 제417호 파시증기기관차 23호. ⓒ천지일보(뉴스천지)

야외 곳곳에서 가족들은 소중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미카 3-161호 증기기관차 앞에 있는 역무원 기념사진 판넬은 사진촬영의 명소다. 한 엄마는 “진홍아, 저기 올라가서 얼굴 내밀어봐. 엄마가 사진 찍어줄게”라고 하자 진홍이는 귀여운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철길을 걷는 부부나 연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낭만적인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듯했다. 야외 전시장에 한쪽 구석에 무궁화 열차로 꾸민 휴게소에는 온 가족이 다 함께 컵라면 등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야외 전시장을 둘러본 뒤 실내전시장으로 이동했다. 실내엔 철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유물 등 6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실내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경인선 우각동역터 기공식 대형사진의 배경이 걸려 있다. 우리나라 철도산업을 위해 첫 삽을 뜨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철도역사실에는 경인선 개통을 시작으로 해서 경의선, 경부선, 호남·전라선 등의 개통에 대한 역사를 알 수 있으며, 각종 열차 모형 등 철도차량을 전시하고 있다.

▲ 의왕 철도박물관의 인기 프로그램 ‘모형 철도디오라마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실내전시장 2층에는 선로보수장비 ‘선로검사기록계’, 침목 밑을 다지는 기계 ‘4두 타이탬퍼’ 레일을 참목에 고정하는 각종 체결장치 등 철도 기술의 발전사가 전시돼 있다.

또 ‘기차표와 철도여행실’에는 1899년 철도 초창기부터 최근까지 사용하던 기차표와 각종 기념승차권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의왕 철도박물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모형 철도디오라마실’이다. 모형 철도디오라마실은 열차를 축소·제작해 운행하는 것으로, 증기기관차부터 초고속열차 KTX 등 철도동력차의 변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날 관람석이 부모와 아이들로 꽉 차 그 인기를 실감했다. 마이크를 잡은 철도박물관 직원이 “평화를 상징하는 새가 뭐가 있죠? 평화를 상징하는 열차가 출발해보도록 할게요. 비둘기호 열차 출발”하고 외치면 아이들도 일제히 “출발”하고 함성을 외친다. 그러면 증기기관차를 비롯해 비둘기호,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KTX 꼬마 기차들이 모형으로 된 서울 시가지의 선로 위로 열심히 달린다.

어른과 아이들 모두 모형 철도 파노라마실을 통해 신기하고 재미있는 체험에 만족한 듯한 모습이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주말에 어디로 갈지 고민이 된다면 아이들과 의왕 철도박물관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 역무원 판넬에서 사진 찍는 귀여운 아이.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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