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지난 11일 오전 대학본부 직원들이 학생들이 점거농성중인 본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대 측 “국제캠퍼스와 산학연구단지 필요”
소화기·물대포·욕설… 결국 ‘물리적 충돌’
충돌 과정서 일부 학생 혼절 등 부상자 속출

시민사회단체‧대학 총학생회 서울대 규탄 성명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설립을 두고 학교 측과 학생 간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져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다. 학교 측은 주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행정기구의 본관 입주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총학생회는 학교 측이 강제 퇴거를 위해 과도한 물리력을 사용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농성 학생들의 단체인 서울대 본부점거본부는 1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성낙인 서울대 총장 퇴진과 시흥캠퍼스 설립 철회를 요구했다. 고근형 서울대 본부점거본부 언론팀장은 “물대포를 동원한 사상 최악의 사태를 초래한 서울대 측 폭력의 최종 책임자는 성낙인 총장”이라며 “오래전부터 시흥캠퍼스 철회를 요구했지만 이를 무시한 성낙인 총장은 퇴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교직원 400여명은 지난 11일 오전 사다리차 등을 동원해 학생들이 점거하고 있던 본관에 진입해 학생 30여명을 끌어냈다. 학교 측이 본관 5개층 중 4층을 뺀 나머지 층을 확보하자 학생들은 재진입하기 위해 소화기 3대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 직원들을 향해 소화기 분말을 터뜨렸다. 소화기 분말을 맞은 직원들은 시야가 뿌옇게 변하자 소화전을 이용해 일부 진입하는 학생을 향해 물을 분사하고 욕설이 난무하는 등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뒤엉켜 ‘아비규환’ 상태가 됐다.

계속되던 이들의 대치는 학생 측이 오후 6시께 기자회견을 통해 본관 퇴거를 발표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학생 한 명이 혼절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부상자도 속출했다.

학생들은 학교의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에 반대하며 지난해 10월 10일부터 153일째 점거농성 중이었다. 학교가 시흥시 등과 관련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았고 기업의 지원을 받아 캠퍼스를 조성하는 사업이 대학의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학교 측은 ‘4차 산업혁명’ 등에 대응하려면 국제캠퍼스와 산학연구단지가 들어설 시흥캠퍼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실시협약을 철회하면 학교의 대외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법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서울대 충돌 사태를 두고 시민단체와 대학 학생회들은 서울대를 규탄하는 성명을 잇따라 내놨다. 민주노총과 4.16대학생연대, 박근혜정권퇴진 전국대학생시국회의 등 91개 단체는 12일 ‘학생들의 본부 점거 농성을 기습적으로 폭력 침탈한 서울대학교 당국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번 폭력 침탈이야말로 시흥캠퍼스 추진을 위해서라면 학생들의 권리나 안전 따위는 중요치 않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며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와 본부 점거 농성을 오로지 폭력으로 응답하는 서울대의 처사가 놀랍다. 당장 시흥캠퍼스 실시 협약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도 이날 ‘더 이상 대학은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서울대 학교본부의 반문명적이고도 구시대적인 자치 탄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다리차와 발길질 토끼몰이와 물대포, 이것이 대학이라면 작금의 대학은 지난 독재시절 군부정권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라며 “학생들을 향해 폭언을 내뱉고 학생들의 사지를 쥐어트는 것이 대학이라면 이 나라에 더 이상 대학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총학생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듯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교육의 주체로서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대학본부는 학생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폭력으로 억압 말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대 측은 12일 설명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학생들이 소화기 분말을 난사한 데 따른 자기방어적 차원이었다는 게 서울대 측의 입장이다.

서울대 측은 “본관 밖에서 농성하던 학생들이 소화기와 렌치로 (본관) 로비로 향하는 문을 강제로 열고 직원들에게 수차례 소화기 분말을 난사했다”며 “밀폐공간이 분말로 가득 차 신체 손상의 위협을 느낄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측은 학생들이 있는 쪽을 향해 물을 쏜 것은 맞지만 위급 상황에서 자구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다음 달 4일 열리는 총학생회에서 성낙인 총장 퇴진과 시흥캠퍼스 설립 계획 철회를 포함한 학생들의 요구안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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