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朴 선생! 마카오를 떠나왔지만 동서양을 넘나드는 아기자기한 풍경들이 눈앞에 선하네요. ‘아시아의 작은 유럽’ 마카오 여행길에서 따삼빠(大三巴), 세나도광장 등 세계문화유산 명소를 알게 된 즐거움도 있었지만, 마카오의 고택 정찌아따우(鄭家大屋)를 찾아가다가 3월 낙엽, 4월 개화한다는 ‘가짜보리수(假菩提樹)’를 만나고, 또 골목길 고가 벽 틈을 비집고 나온 나무뿌리를 정성껏 촬영하던 현지 사진작가들의 예술혼에서 느껴지는 이국여행 중의 소소한 즐거움도 있었답니다. 기대 이상의 마카오 여행을 마치고 배로 한 시간 거리인 중국 선전으로 왔지요.

유달리 강과 호수가 많아 선전(深圳)이란 지명을 얻게 된 이곳은 홍콩과 경계를 이루지요. 국제도시인 홍콩과 마카오가 가까이 있어도 주목받지 못하다가 뒤늦게 발전한 도시랍니다. 우리나라에서 도시화 물결이 일기 시작하던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선전은 인구 3만의 농촌으로 농산물을 홍콩, 마카오로 거래하는 국경 거점지역이었을 뿐 인구 1천만이 넘는 초대형도시로 성장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1979년 시로 승격하고 다음해 8월, 덩샤오핑 중국 주석의 개방정책에 따라 중국에서 가장 먼저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엄청나게 변모한 도시라지요.

불과 30년 만에 기적을 이룬 선전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우리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랍니다. 이 도시를 돌아다니다보면 노인보다는 젊은이와 아이들을 훨씬 더 많이 만나게 되는데, 한마디로 청춘도시이지요. 그 연유는 IT산업의 발달로 일자리를 찾아 젊은 인력들이 대거 이 도시로 몰려 선전시민들의 평균 연령이 30대라고 하니 중국내 가장 젊은 도시랍니다. 이곳이 신생도시이니만큼 오래된 전통이나 유적은 없으나 최근에 관광도시로도 인기를 끄는데, 강과 호수가 많은 고장답게 자연경관을 이용한 테마공원들이 많이 들어서 있는 게 특색이지요.

잘 가꾸어진 넓은 공원에 테마를 붙여 신흥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중국 속의 중국’을 볼 수 있고, 또 ‘중국 속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답니다. 이를테면 진슈중화(锦绣中华), 중국민속 문화촌, 쓰찌에즈췅(世界之窓), 똥부화치아오청 등 대표적인 주제(主題)가 있는 공원이지요. 진슈중화는 중국 각지에 산재된 100여개의 관광명소를 축소해 만들어 놓은 곳이지요. 지리적 위치에 맞게 배치해 상공에서 보면 중국지도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라고도 하지요.

그동안 열여섯 번 중국여행을 다니면서 곳곳의 빼어난 명소들을 두루 보아왔는데 이곳 진슈중화에서 모두 만났지요. 베이징의 고궁과 만리장성, 시안의 진시황 병마용, 계림의 수려한 산수(山水)풍경, 낙양 낙산대불, 태산, 소림사 등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명소들을 다시 만나보니 그동안의 여정들이 되살아나기도 했지요. 진슈중화를 재밌게 둘러본 후 그 옆에 자리한 중국민속 문화촌에서 소수민족들의 건축양식과 함께 생활양식 등 민족고유의 전통과 모습을 살펴보고서는 ‘선전 관광의 하이라이트’라고 자랑하는 대형 테마공연 3편을 재밌게 관람했답니다.

세계의 유명한 문화유산과 자연경관 130여곳의 축소판 모습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쓰찌에즈췅도 볼만한 곳이지요. 미국 맨해튼의 마천루, 프랑스의 에펠탑,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나이아가라폭포 모습은 실제로 제가 둘러봤던 풍경과 똑같아 마치 그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지요. 또 이 도시에서는 자연환경을 이용한 관광명소, 똥부화치아오청(东部华侨城)을 빠트릴 수 없겠네요. 3개 테마공원 중에서 차시구(茶溪谷)는 자연속의 풍광이 낙원처럼 펼쳐지는 곳이지요. 잘 가꿔진 산책로를 걷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지요.

선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신생도시지만 요즘 들어 관광분야에서도 각광을 받는 것은 다분히 앞서 말한 진슈중화의 테마 공연 덕분이지요. 나는 그곳을 구경하면서 대형공연 세 개를 모두 봤답니다. 특히 ‘중국인의 이브닝 파티’로 통칭되는 용봉무중화는 다채로운 중국의 민속풍습을 문화예술로 승화시킨 내용이었으며. 관람객수가 3천만을 넘었다는 신 동방의상은 중국 대륙 ‘북부의 바람, 남부의 꽃, 서부의 눈, 동해의 달 중화금수(中华锦绣)’를 그린 화려함의 극치였지요. 이 두 편의 대형공연은 선전을 찾는 한국관광객들에게도 필수코스라고 하네요.

박 선생! 선전 여행을 마치면 홍콩에 들러 구경하고서 다음 주에 귀국할까 합니다. 해마다 중국여행하면서 여러 차례 다녀왔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지인들은 ‘중국 많이 다녔으니 다른 데도 다니지’라고 말하고, 미국에 사는 아들놈은 사드 문제로 중국여행을 걱정하고 있지만 실제 여기 여행에서는 그런 우려는 전혀 느끼지 못한답니다. 봄을 맞아 국내에서도 상춘객들이 휴일을 즐긴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만 여행은 삶의 일부분이지요. 일상의 여행이 가져다주는 그 여유는 각자의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줄 게 아니겠어요. 이번에는 마카오, 홍콩과 그 인근의 중국 선전에서 좋은 구경하며 완연한 봄소식을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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