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와 통곡이 동시에 터져 나왔지만 승자는 없는 날이었다. 그야말로 ‘대통령도 법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날이었다. 2017년 3월 10일은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헌법절차에 따라 국민이 끌어내린 비운의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주요탄핵 사유는 세월호 사건 관련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 언론자유 침해,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해 직업공무원제도 본질 침해, 최순실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 등 4가지로 분류된다. 이 중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허용했고 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으며,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으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적시했다.

재판관 전원 탄핵인용은 사실 누구도 예기치 못한 결론이었다. 그만큼 법치주의 정신 훼손이 극심했다는 의미다. 헌재의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청와대 압수수사를 막는 등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도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자연인으로 돌아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남은 건 극명하게 갈라진 국론분열이다. 조속한 갈등 봉합을 위해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이 먼저 헌재 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가의 운명이 갈등 봉합에 달린 만큼 국민을 둘로 가르고 갈등을 부추기는 기득권의 목소리를 경계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폐단 중에 하나는 머리 수 많은 쪽이 정의인 양 판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다수 기득권이 부패할 때 맞서 일어난 정의로운 소수가 바꿔왔다. 물론 그런 반발이 일어날 때마다 기득권은 힘과 권력으로 새로운 저항을 짓밟았다. 새로운 지도자는 헌법이 명시한 법과 원칙에 따라 갈등을 봉합하고 기득권에 짓밟히는 소수를 품을 수 있어야 한다. 되돌아보면 기득권과의 유착이야말로 이 나라를 썩게 하고 국민을 가른 원흉이었다. 기득권의 부패 척결을 외치며 개혁을 부르짖는 소수의 목소리를 무시한다면 이 나라는 정경유착·정교유착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또다시 불행한 역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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