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3월이 되어 모든 학교들이 개학을 했고, 이제 자녀들이 등교한 지 벌써 열흘이 지나고 있다. 특히 새내기 초등학생들은 기존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생활과 다르게 보다 더 규율을 요하고, 과제 부담이 더욱 큰 발달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혹시 우리 아이가 교실에서 차분하게 앉아 수업을 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자기 마음대로 교실을 돌아다닌다면? 혹은 선생님의 지시 사항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행동을 계속한다면?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ADHD는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한 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ADHD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국제질병분류(ICD)’와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규정한 ‘정신장애에 대한 진단 및 통계 편람(DSM)’ 양쪽 모두에 등재돼 있는 질병이다. 소아정신과를 찾는 내원 환자 10명 중 6~7명이 ADHD 환자일 정도로 그 비율이 높다. 전체 학령기 아동 중에서의 유병 비율은 5~10%로 추정된다. 일단 ADHD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진단받기 위해서는 소아정신과를 찾아야 한다.

소아정신과에서는 전문의와의 면담에 의한 전반적인 평가와 인지심리검사, 주의력검사 등 객관적인 측정법에 의한 정확한 진단이 실시된다.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비(非)약물치료로 나눠지며 비약물치료에는 인지행동치료, 뉴로피드백(집중력훈련), 부모교육과 가족교육, 놀이치료, 사회성향상치료, 학습치료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ADHD를 치료하는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약물치료다. 약물치료만으로도 70~80%의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치료 기간이 최소 2~3년 이상 길기 때문에 중단에 포기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ADHD의 경우 청소년기 또는 성인기까지 증상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꾸준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놀이와 운동은 ADHD의 증상을 호전되게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확실한 치료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부모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DHD 아이들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싶어도 정신집중이 안 되고, 움직이지 않으려고 해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뇌의 프로그래밍이 그렇게 돼 있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모든 소아정신과 질환이 그렇겠지만 특히 ADHD의 경우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이와 부모 간의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위해서라도 진료를 받을 때 부모 모두가 참가하는 것이 좋다. 정신과 치료 기록에 대한 불이익의 우려 때문에 병원 치료를 기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는 장래의 취업이나 군대 등에 대한 불이익은 전혀 없다. 다만 민간 사(私)보험 가입 때 결격 사유로 작용하는 경우는 있다고 한다. 이러한 편견 때문에 부모 스스로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ADHD의 원인은 의학적으로도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가정환경보다는 신경생물학적인 문제나 유전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부모가 아이를 잘못 키워서 ADHD가 발병했다고 보지 않는다. 뇌 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의 문제에 의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도파민계의 기능 저하가 과다 활동을 일으키고, 노르에피네프린계의 기능 저하가 주의력 결핍을 가지고 온다.

ADHD의 치료 약물은 이와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문제를 교정시킬 수 있다.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면 혹시 중독되지 않을까 혹은 몸에 나쁜 부작용이 나타나서 아이의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 다 잘못된 편견이다. ADHD 치료제는 지난 수십년간 전 세계에서 처방돼 왔고, 부작용은 비록 있지만 경미하거나 혹은 의사의 처방 조절에 의해서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다. ADHD 아동은 주변으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반복적으로 받거나 잦은 야단맞음으로 인하여 자존감이 점차 저하된다. 일부는 성인이 돼서도 지속될 수 있으니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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