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앞에서 기다리는 취재진이 사저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취재진·경찰 장사진… 복귀시점은 불분명 
헌재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없이 ‘침묵’
주말 태극기·촛불 집회로 사저 이동 ‘부담’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1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앞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 결정으로 파면돼 사저 복귀를 앞두고 있다. 

파면 결정 이틀째인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는 오전부터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다. 지미집 카메라를 설치하는가 하면 드론을 날리는 등 취재가 달아오르고 있다. 또 사저 옆 초등학교 후문과 맞은편 건물 옥상을 선점하는 등 입주 준비 상황을 앞 다퉈 보도하면서 상황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사저 주변을 통제하는 경찰도 좁은 골목 곳곳에 배치돼 경호를 강화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복귀 즈음해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사저 쪽에선 탄핵이 선고된 전날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의 입주를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오전 9시께 트럭과 회색 승합차가 사저 앞에 도착해 원목으로 된 가구와 형광등, 종이 박스 등 자재를 사저 내부로 옮겼다. 9시 40분께는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캐리어를 끌고 사저에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10시 20분께는 인터넷 설치 업체 소속 승용차가 사저로 들어가 상자와 쇼핑백 등을 내렸다. 11시 20분쯤엔 사저에서 청와대 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성 5명이 여행용 가방 한 개를 끌고 나가기도 했다.

지나는 길에 사저 주변을 휴대폰으로 찍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좁은 골목에 진을 친 취재진과 카메라를 뚫고 지나가기 난감해하는 표정을 짓는 주민들도 있었다. 박스를 높게 쌓은 트럭이 사저 앞을 지나가던 중 모 언론사의 지미집 카메라에 충돌하는 일도 발생했다.  

사저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됐던 2012년 당시와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주민 백지숙(67)씨는 “마음이 착잡하고 아프다. 이 근처 강남에서는 상황이 다 안 됐다고들 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일부 주민은 경찰과 취재진이 몰려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자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헌재 선고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 관저에 머물고 있다. 사저 복귀 시점도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정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청와대 관저를 떠날 방침”이라며 “최대한 서두르겠지만, 오늘 준비를 마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빠르면 내일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사저 수리가 늦어지면 주말을 넘길 수 있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특히 토요일인 이날은 청와대와 가까운 위치의 서울 광장 등에서 탄핵 반대 집회와 촛불집회가 개최될 예정이어서 청와대를 빠져나와 이동하는 경로에 있어 경호 문제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기 전 헌재 선고 결과를 수용한다는 메세지 발표를 준비하는 등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사저 복귀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박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 3개 중대 240여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언제든지 박 전 대통령이 올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전날처럼 경비를 유지하다가 실제 온다는 연락이 오면 인력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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