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으로 읽는 한국문화’ 저자 박한나

바야흐로 한국의 산천이 꽃으로 물드는 여행계절이다.

최근 한국을 찾는 관광객 중에는 중국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의 역사나 유적지 관광보다 쇼핑천국 한국에 매력을 더 느끼는 것 같다. 모 백화점에서는 아예 중국어통역 인력을 층마다 배치할 정도다. 그들은 나라 땅 크기만큼이나 씀씀이도 통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큰 손을 잘 모시고 싶지만 매장 직원들은 중국인들의 입냄새 때문에 가까이하여 친절하게 상대하기가 어렵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한다. 극복의 역발상을 적극 활용하면 좋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차를 많이 마셔서 치아의 색깔도 대체로 누런 편이다. 이러한 중국인들에게는 치과 미백 단체관광이나 물과 맛사지의 미용관광이나 성형 등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일본인들이라면 스타 마케팅이라고 하여 한국의 연예인들과 더불어 욕구를 소비하려는 것이 강하다. 반면 서양인들은 한국의 역사나 민속에 의미를 찾고자 하는 부분이 많다. 이렇듯 나라마다 한국에 와서 관광하고 싶은 것이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는 관광을 통한 외화획득률이 평균 94% 이상을 유지함으로써 외국에서 원자재를 수입, 이를 가공·수출하는 공산품 수출의 외화가득률인 63%선보다 훨씬 높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 실정을 감안하면 관광분야에 지원, 육성책을 더욱 개발할 필요가 있다. 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관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렇다! 관광 명소나 편의시설을 개발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광 요소에 한국의 문화를 이야깃거리로 만들어 소설처럼 각색해서 관광객 자신이 마치 그 당시 주인공이 된 듯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면 다시 찾고 싶은 관광이 될 것이다. 그것은 누구나 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낳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볼품없는 곳이라도 멋진 사람과 함께 하거나 가슴 저린 설화나 전설이 담겨있어서 감동이 되었다면 그것이 바로 관광명소가 된 셈이다. 관광과 한국문화가 한데 어울려 관광객과 동일시가 일어나야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스토리텔링 관광은 나라별 관광객에 맞는 영역을 개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먹거리를 즐기는 중국인과 한국의 민속에 의미를 찾으려는 경향이 짙은 서양인들과는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인이라면 전주비빔밥이 아무리 유명해도 그것만 상에 달랑 두면 비빔밥을 몇 그릇 먹었다 해도 먹은 게 없다고 여긴다. 상다리가 휠 정도로 여러 가지를 쌓아두고 먹기를 즐기는 그들에게는 대장금의 이야기와 중종 임금이 된 듯한 복장을 입고 그 시대의 주인공처럼 동일시되게 풍성한 궁정 한정식에 초대하면 좋아할 것이다.

반면, 서양인들이라면 한국의 산하나 역사유적지 중심으로 이야기를 곁들이는 것이다. 예컨대 판문점이나 땅굴과 같은 안보관광지를 더욱 실감나는 이야깃거리로 풍성하게 재구성해야한다. 땅굴만 몇 개 보여줘 한국 안보에 더 긴장감만 느끼게 하는 것보다, 1950년대 한국의 정치 경제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과 새마을운동으로 경제가 일어나려고 몸부림할 때 온 국민이 힘을 모았는데, 당시 필자만 해도 어릴 때 머리카락을 자르고 강냉이로 바꿔먹었으며 학교에서는 쥐잡기 운동으로 코리안 밍크를 만들어 경제부흥의 씨앗돈을 만들어내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한국경제를 이뤄냈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서 젊은이들이 군입대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한국인의 근면성과 의지, 그리고 그때 도움을 준 나라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한국은 지금 다른 나라를 많이 돕고 있다는 쪽으로 확장 이야깃거리도 만들고, 6․25체험 현장이라면 북한군이나 남한병사의 복장을 입어보게 기획한다면 불편해도 참을 것이다. 그 때 생긴 부대찌개도 맛보게 하는 등 당시 한국인들이 느낀 의식주 생활문화까지 느껴지게 이야기를 연결한다면 인상적인 역사체험관광이 될 것이다. 또한 성경에서 나라를 구한 기생 라합의 예처럼 한국에도 논개라는 기생이 나라를 구한 진주의 촉석루는 유명하며, 로미오와 줄리엣 혹은 홍루몽과 같은 사랑 이야기의 대표는 한국의 춘향전으로 이들 배경이 된 남원에 그 이야깃거리를 풍성히 만들어 홍보해야 할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이라면 지나치게 세부적인 이야기보다는 외국인의 눈높이에 어느 정도 맞는 한국문화의 이야기 수준이라야 한다. 세종대왕도 모르는 판에 세종대왕이 만든 물시계에 얽힌 이야기 등은 곤란하듯 쉽고 재미있는 한국문화의 개괄적 이야기가 좋다. 예컨대 한국인은 호랑이를 친근한 동물로 여기며 호랑이와 곶감이야기 그리고 상주의 곶감 산지여행과 수정과 시음 등 연결하면 좋을 것이다.

한 해의 농사가 봄에 시작되듯 관광도 철이 되었으니 필자는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해오면서 깨달았던 것을 늘어놓음으로써 우리의 관광이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스토리텔링의 자료를 많이 비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어우러져야하겠지만 외국경험이 많은 한국인들의 참여도 우리 문화를 더 객관적인 안목에서 관광화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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