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한다.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해 헌법재판에 넘긴 지 92일 만이다. 탄핵절차 자체가 헌정질서의 범위 안에 있지만 돌이켜보면 헌정질서를 운운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국민적 갈등이 너무 컸다. 일부 정치인들의 과격한 발언과 이에 동조하는 일부 세력의 언동은 국민적 인내의 한계를 시험케 할 정도였다. ‘이게 나라냐’에 이어 ‘저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냐’고 하는 개탄과 분노의 목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징글징글하다’는 불만과 입술을 깨문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행히도 헌재가 다수 국민의 심정을 제대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시간을 끌거나 이런저런 방해와 위협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원칙대로 ‘헌재의 길’을 천명했다. 10일 오전 11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시킬 것인지 아닌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그 결정에 승복하는 국민적 자세라 하겠다. 그것이 헌정수호의 길이며 민주정치의 상식이다. 헌재 결정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다시 거리로 나오고 그 결정을 비난한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정치인들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언행은 더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문제를 놓고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우리의 수준이 참으로 참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탄핵에 대해 찬성할 수 있고 또 반대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찬반을 주장하는 논거와 내용까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온갖 궤변과 억지는 물론이요, 헌재와 특검을 향한 조롱과 저주 그리고 위협적인 막말을 쏟아내는 행태는 분노를 넘어 우리를 절망케 하고 있다. 심지어 헌재 재판관과 특검의 신변이 위험해서 경찰의 경호를 받아야 할 정도라면 우리 사회는 이성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전 세계에서 이런 나라가 또 어디 있다는 말인가.

이제 곧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어떤 결정이 나든 우리는 모두 존중하고 승복해야 한다. 설사 다소의 불만이 있다고 해서 국정을 파국으로 몰고 갈 수는 없으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거꾸로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다. 너무도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자며 거론하는 것 자체도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탄핵정국에서 보여준 일부 인사들의 저급한 언행과 헌정질서를 유린한 폭언들 그리고 일부 정치인들의 궤변과 국민적 갈등을 부추긴 반국민적 행태는 철저하게 가려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역사에 생생하게 기록해 후대의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질풍경초(疾風勁草)라고 했다. 지금의 이 태풍이 지나가면 여러 군상들의 뿌리의 깊이도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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