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한국의 경제 성장엔 그동안 정치계와 기업계가 서로 연관돼 큰 역할을 해 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고질적인 정경유착(政經癒着)이라고 평가절하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이유는 평가의 기준을 상호 밀월관계 또는 악의 연결고리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발전과 정치의 성숙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정경유착이 아닌, 정경협력(政經協力)에 기인했다는 점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경유착으로 인한 부정·부패·비리만 지속돼 왔다면 경제 발전과 정치의 성숙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경제의 성장에 있어서 정경유착은 기업측으로 봐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기업의 명분을 지켜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되질 못했다. 특히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치권과 밀착경영을 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의 성공은 물론, 생존조차 불확실했다. 구조적 모순이었지만 모순이 아닌 양 무감각했다. 이로 인한 폐단이 결국 정치인 및 기업인 간 금전거래와 특혜로 이어졌으니, 유전무죄라는 말은 바로 정경유착의 부적절한 결과물이었다. 그것이 불의와 비리인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해야만 했다. 때문에 이러한 환경 하에서 기업 간 공정한 경쟁·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웠다. 건전한 협의·협력관계를 도출해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일부 기업가들의 노동의욕과 경영의욕을 꺾기도 했는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최근 모 언론사의 조사에 따르면, 해방 이래 최근까지 30대 재벌의 정경유착 수혜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혜를 받은 기업이 50%를 초과했다고 제시한 바 있다. 기업이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음이 명백히 드러난 부분이다.

각종 명목으로 기업은 정치권에 상납을 해야 했고, 정치권에서는 상납한 기업들에게 특혜를 줬다. 금전적 이득을 취한 정치인은 기업의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찾기보다는 봐주기식, 무마주의, 관용주의 원칙을 적용했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는 다양한 걸림 요소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법과 규제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과의 결탁은 걸림 요소를 제거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정경유착은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이는 부정·부패·비리로 이어졌다. 관치경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탈세, 부정축재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 했다.

최근 국내 모 재벌 총수가 뇌물제공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를 두고 대가성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어쨌든 여전히 기업과 권력의 연계는 관행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

우리는 정치적·경제적 발전을 함께 이뤄나가야 한다. 현 시점에서 전환이 필요하다 하겠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법치실현을 국가정책의 중심에 둬야 한다. 또 기업은 정부의 비호와 특혜를 받기 위해 돈으로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처벌과 법적 규제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은 공정한 경쟁과 정경협력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정경유착이나 정경분리가 아닌, 진정한 정경협력을 할 수 있는 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인과 기업가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지만 걸림돌의 요소가 없는 법적,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잡음 없는 상호 유기적 협력관계가 형성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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