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3.1만세운동 구국기도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집회 참석자들이 십자가 현수막을 몸에 두르고 태극기와 성조기,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기장 교회사회위 “정교유착 세력, 3.1정신 농락
국정농단 세력 위해 기도회 개최하며 태극기 악용”

이영훈 “해외 일정 동안 보고 받지 못해… 당혹
“충분히 오해 살만한 상황… 관계는 전혀 없다”

[천지일보=강수경, 차은경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가 3.1절 구국기도회와 관련해 보수 측 탄핵 반대집회과의 연루설을 해명하고 나섰다.

한기총은 5일 밤 ‘한국교회에 드리는 글’을 통해 “태극기집회에 교인들을 동원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탄기국과 같은 장소를 사용하면서 빚어진 오해”라고 해명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일 한기총이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정서영 목사)과 공동으로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오전 11시 3.1절 구국기도회를 개최했고, 곧바로 탄기국 집회가 이어지면서 촉발됐다. 당초 한기총·한교연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와는 상관이 없는 순수한 목적의 기도회라고 단언했지만, 현장 상황은 달랐다. 기도회가 끝나자마자 본무대 현수막만 바뀌었을 뿐 기도회 참석자들이 고스란히 참여한 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의 태극기집회가 이어졌다.

앞서 탄기국과 한기총·한교연이 1일 태극기집회와 구국기도회를 두고 각각 발표한 집회 계획은 두 집회를 연관시키기에 충분했다.

탄기국은 1일 오전 11시부터 기독교집회를 진행하고, 오후 2시부터는 탄기국 집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기총·한교연도 이날 오전 11시에 기도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장소는 같았다. 그러나 양측 모두 당일까지 장소를 변경하지 않았다. 이에 탄기국 집회에 교인들을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던 것.

3.1구국기도회가 열린 1일 기도회 후 본무대는 현수막만 교체됐다. 참석자들도 태극기집회 인원들이 추가되고, 기도회 참석 인원은 대다수 태극기집회로 이어졌다. 교인들이 고스란히 태극기집회에 흡수되는 모양새였다. 구국기도회에 참석한 교인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목에 걸거나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채로 기도회에 나와 태극기집회 인원과 다를 바 없었다. 이날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은혜와진리교회 등 교인 2만여명이 동원됐다. 게다가 이날 한기총·한교연의 구국기도회 본무대 위에는 탄기국 정광택 회장이 기도회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기도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국기도회가 탄기국의 태극기집회와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었다. 이에 집회 이후 한기총과 한교연이 탄기국의 태극기 집회에 교인들을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비난 여론도 거셌다.

◆“탄핵 반대 종교인, 거짓 것 믿게 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는 3일 성명을 통해 지난 1일 태극기 집회와 관련해 “민족정신의 상징인 태극기가 휘날렸지만, 실상은 혹세무민의 세력에 의해 3.1정신이 농락당하고 민족정신이 크게 훼손된 집회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권수호와 민권운동의 상징인 태극기가, 친일매국 군부독재의 뿌리에서 자라난 역사의 독버섯을 옹호하는 일에 악용되고 있다”며 “한국교회의 일부 인사들이 그 무리에 가담하고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같은 종교인으로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또 “군부독재 시절부터 정교유착을 일삼아온 이들이 3.1운동 98주년 집회에 교인들을 동원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국정농단 세력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했다”며 “1919년 3.1운동을 주도하며 민족의 해방을 위해 기도했던 한국교회가 어쩌다 후안무치한 세력에 속하여 파시즘의 최후보루처럼 일하고 있단 말인가. 하나님의 의를 이 땅 위에 이루어야 할 교회가 시대와 역사에 희망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 백성에게 거짓을 믿도록’ 행하는 자들, 국정농단 세력을 비호하며 탄핵반대 기도회를 주최하는 종교인들에게 준엄한 경고를 보낸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기총 “한국교회에 사과”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표회장은 5일 성명을 통해 “한기총·교연이 기도회를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온 시각인 오후 1시 20분 경 ‘한국기독교성직자구국결사대’측이 단상에 올랐고, 이후 2시부터 탄기국의 탄핵 반대 집회가 이어졌다”며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기도회 실무책임자로부터 그 어떤 보고도 받지 못해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이 기도회 준비 기간 해외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정치적 집회’와 무관한지를 수차례 확인했지만 실무책임자는 무관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며 “답변과 달리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한기총-한교연’의 기도회는 이후의 기도회와 집회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단언했다.

이 대표회장은 “종교지도자와 교회가 특정 정당이나 노선의 입장에 서서 민감한 정치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사회 갈등을 봉합하고 사랑의 정신으로 하나 되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정치적인 노선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설교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이 대표회장은 “SNS에 거짓말이 난무하고 있다”는 부분은 자신을 ‘빨갱이’라 몰아붙이는 글이 최근 SNS에 대량 유포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기총을 공식적으로 방문해 저와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만으로 음해성 유언비어가 생산돼, 현재 SNS에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회장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한기총-한교연’의 3.1절 구국기도회가 탄기국 집회와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면서 오해를 사게 돼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심려를 끼치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는 기도회와 집회를 비롯한 모든 행사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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