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중소기업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작년 초 많은 사람들의 관심하에 열린 인간과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간의 세기의 바둑대결인 이세돌-알파고 간 challenge match에서 딥러닝(deep learning; 일종의 강화학습법)으로 무장한 알파고가 완승한 바 있다. 1:4의 전적으로 한 판을 승리한 것에 인간의 위대함을 말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나, 일부 IT전문가는 그 한 판마저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려는 구글 측의 절묘한 술책이었다고도 언급하고 있다. 물론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천여대를 넘는 대용량 컴퓨터에 대항하는 이세돌 9단의 외로운 투혼은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학습능력은 물론이고 지각능력 및 자연어에 대한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을 말하며, 지능을 실제적으로 구현하면서 진화, 발전하고 있다. 현대 컴퓨터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에니악(ENIAC)이 개발된 1940년대, 당대를 대표하는 영국의 수학자인 앨런튜링(Alan M. Turing)은 이미 기계, 즉 컴퓨터에 지능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며, 실제 ‘기계와 지능’이라는 1950년의 논문에서 그는 ‘튜링 테스트’를 제안하여 기계와 인간과의 대화능력을 통한 인공지능의 실현을 제안 한 바 있다. 참으로 놀랍도록 파격적인 상상, 추론이 아닐 수 없으며 오늘날 그를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추앙하는 배경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인공지능은 weak AI(혹은 narrow AI)로 볼 수 있으며, 주어진 상황에 따라 입력된 조건하에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인공지능으로, 인간과 유사한 감정과 판단능력을 갖춘 ‘자아’가 실현되는 strong AI와는 구분된다. 본 바둑 이벤트에서 구글이 사용한 것이 weak AI이며, 기본 알고리즘으로 딥러닝이라 불리는 학습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딥러닝이란 사물이나 데이터를 군집화하거나 분류하는 데 이용되는 기술을 의미하는데, 알파고의 사례로 간단히 살펴보면, 인간이 한 수를 착수하면, 기보는 그대로 구글클라우드센터에 위치한 약 1200여개의 CPU가 장착된 서버군에 전달되고, 서버들은 촘촘히 연결된 네트워크 기반의 분산 연산처리방식을 통하여 초당 10만개가량의 경우의 수를 계산하여 가장 승률이 높은 수를 찾아 착수하게 된다. 이는 그간 서버에 축적된 수십만 판의 저장된 기보 중에서 가장 많이 두었거나 가장 승률이 높았던 수를 찾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뉴런(neuron)이라는 신경세포와 이들 간을 잇는 시냅스(synapse)를 통한 복잡한 네트워크를 경유하여 사물과 동작을 기억하고 학습하는, 인간의 뇌 구조와 유사한 방식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딥러닝 기반인 구글딥마인드사의 알고리즘인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 분야 산업발전이 차세대 미래융합서비스 확장을 통해 새로운 고용창출, 먹거리 확대라는 기본적 효과를 유발함과 함께, 파생산업 전파로 이어지는 상승효과를 거양할 수 있음에 주목하여 정부가 수년 전부터 7대 혹은 10대 신산업 육성 분야 중 하나로 선정, 전략적으로 연구 및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은 의당 당연해 보이지만, 본 세기의 바둑 대결이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관심과 발전육성에 대한 상당한 필요성을 많은 대중에게 인식하게 한 커다란 모멘텀이 된 것은 분명하다 할 수 있다. 그만큼 기계가 도저히 정복할 수 없다고 여겨지던 바둑에서마저 인간이 패배했다는 대중들의 충격이 컸던 셈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본 이벤트를 통해서 정부와 기업, IT종사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인공지능산업의 중요성과 파급효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식제고 등 마인드 전환을 가져다 준 것은 그동안의 떠들썩한 많은 이벤트와는 차별화되는 매우 의미있는 행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제 Google challenge match가 아닌 ‘Man challenge match’가 빈번히 이루어 질 것이다. 수많은 CPU로 무장된 상상을 초월하는 계산능력, 다양하게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 결과를 도출하고 방향을 예측,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종국엔 ‘자아’까지 갖춘 인공지능이 나타난다면, ‘감정’이라는 신이 오직 인간에게만 내려준 무한능력으로 다시 한번 재무장한 인류의 처절한 Man challenge match라는 치열한 도전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Man challenge match는 특정 분야에서, 즉 번역, 유머, 감동, 육감 등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도저히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단순한 우월감 표증을 넘어, 공생,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 또한 인간이 개발, 발전시킨 산업의 한 분야일 뿐인 것이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