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검찰이 ‘김정남 피살’ 사건의 용의자인 리정철을 석방 후 추방하기로 결정한 2일 오후 (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에서 리동일(가운데) 전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 대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 말레이시아에 방문한 북한 대표단이 배후설을 전면 부인하며 시신 인계를 요구했다.

리동일 전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는 2일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으며 한국의 정치적 음모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리 전 대사는 김정남이라는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김철’이나 ‘사망자’라고 불렀다. 사망자가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리 전 대사는 “사망자는 심장병을 앓고 있었고 때때로 치료를 받았다”며 “보통 몸 상태일 때도 심장질환약 없이는 여행할 수 없었다”며 타살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그는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부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의 소지품에 당뇨병과 심장질환, 고혈압 관련 약품이 있었다고 밝혔다”며 “이는 말레이시아 당국이 (사건) 발생 당시 결론 내렸던 것처럼 그의 사인이 심장질환임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레이 경찰이 김정남의 얼굴에서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된 VX가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에 “VX라는 화학무기 사용됐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VX는 접촉 때 즉시 사망하는 맹독성 물질인데 공항 승객 수만명이 어떻게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리 전 대사는 “VX가 사용된 것이 사실이라면 샘플을 화학무기금지기구 사무국에 보내 검증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제사회가 답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에 한국의 음모가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리 전 대사는 “최근 내부적으로 큰 정치적 위기를 맞은 남한은 이 사건을 이용해 국민의 관심을 분산시키려 한다”며 “남한은 어떻게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렇게 일찍부터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제기했는지 의문이다.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훨씬 전부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입국 후 연 기자회견에서 “시신을 인수하고 체포된 인민(리정철)의 석방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말레이 경찰은 유일한 북한 국적 용의자로 리정철을 체포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하지 않고 3일 북한으로 추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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