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의 과거사 반성을 강하게 요구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한동안 한일 정상회담까지 거부하며 일본의 자세변화를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주변 국가들과는 수시로 오가며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일본에 대해서만은 강경 입장을 유지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망언을 하던 일본 정부에 대해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그리고 특히 여성 대통령으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적어도 그 때는 그런 평가가 많았다. 한일 정상회담을 3년이나 거부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집권 3년차를 앞둔 2015년 12월 28일, 한일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돌아서는 조짐을 보이더니 갑자기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물론 일본은 그새 어떤 태도 변화도 없었을 뿐더러 갑자기 한일정상회담이 이뤄지는 배경조차 궁금할 정도였다. 그리고 나선 일본이 화해와 치유 명목으로 10억엔을 출연키로 했으며 위안부 논란은 사실상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참으로 졸속적이고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당시 일본 아베 총리는 10억엔으로 위안부 문제를 ‘불가역적’으로 마무리 했으며, 일본 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도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는 식으로 일본 언론을 향해 대대적인 여론전을 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10억엔을 받은 것이 무슨 대단한 성과인 것처럼 포장했으며 그 돈의 성격도 분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평화의 소녀상 이전 문제는 합의한 적 없다는 해명이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지금도 왜 소녀상을 이전하지 않느냐며 양국 간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식의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당시 양국 간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그리고 다른 얘기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우리 정부의 설명만 믿기에는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지속적으로 소녀상 철거 문제를 합의사항이라 주장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의 태도도 뭔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지금 전국 곳곳의 소녀상이 위태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오죽했으면 우리 청소년들이 그 소녀상 지킴이로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3.1절 기념사에서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진심으로 존중하면서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떤 합의가 있었으며 그 합의의 취지와 정신이 무엇인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국민의당 김경진 수석대변인은 “위안부 합의 밀실 합의에 대한 더욱 강한 의혹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참으로 친일매국정권다운 망발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행히도 3.1절 당일 전국 곳곳에서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민초들의 힘에서 우리 역사의 저력을 확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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