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요금 국민들 마음이 우울하고 불안하다. 경제는 외환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돌아가지 않고, 대통령 탄핵 정국은 큰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셰익스피어의 고뇌형 인간인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말이 자주 입에서 맴도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  많은 이들이 마음을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을 해칠 것 같다는 하소연을 털어놓는다. 

이럴 때  다름 아닌 스포츠 애호가나 팬이 되는 것을 고려해 볼만하다. 스포츠가 인간의 삶에 많은 즐거움을 주고 생활의 질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오랜 동안 스포츠 기자로 활동했고, 대학에서 스포츠 관련 과목을 강의하는 대학교수로서 스포츠가 주는 특장점에 주목하는 것은 현재 시국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운명의 3월’이 시작되기 전날 밤, 연일 대통령 탄핵 뉴스를 내보냈던 종편채널에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출전을 앞둔 한국야구 대표팀과 호주 대표팀과의 평가전을 생중계 했는데, 나름 흥미를 갖고 지켜봤다. 5개월간 이어진 대통령 탄핵 뉴스는 오랜 기간 계속되다보니 ‘그 밥에 그 나물’인 경우가 많아 시청자들의 불만만 돋우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정식 시즌보다 1달여 빨리 열린 대표팀 야구 경기를 보게 되면서 신선한 느낌과 함께 짜릿한 기분을 맛봤다. 고척 스카이돔이 개장해 실내경기로 야구를 보게 되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오는 6일 이스라엘과의 WBC 1라운드 개막전을 가질 한국야구 대표팀은 투타의 실전감각을 기르는 데 집중했다. 이용규(한화)는 1번 타자답게 정교한 선구안과 배팅감각을 발휘했고, 2번 타자 서건창(넥센)은 5안타의 막강한 화력을 선보였다. 한국이 8대 3의 승리를 거두면서 국내에서 치른 세 차례 평가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는 것을 확인하는 아나운서와 캐스터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 자신도 오랜만에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WBC 준우승 등 역대 화려한 성적을 올린 야구대표팀에게는 어떠한 설명이나 이유를 대기 이전에 믿음과 신뢰가 늘 있었는데, 아직도 그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미국의 정치평론가이며 신학자인 마이클 노박은 그의 대표적 저서인 ‘스포츠의 즐거움(The Joy of Sports’에서 “경제적 위기, 국가, 선거 등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항상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포츠는 기본적인 현실이다”며 “스포츠 외에 일, 정치, 역사는 환상적이며 잘못 인도해 그릇된 세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스포츠의 초월적인 영역과 비교해 일을 수반한 일상적인 인간생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 그는 인생의 목적이 일을 하는 것보다는 즐기며 사는 것이기 때문에 스포츠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한 그는 일은 즐겁게 살기 위해 필요한 대체물로서 아편과 같은 것으로 규정하면서 “경기 의식에 참가하는 것은 ‘인륜의 왕국’에 사는 것과 같고, 일과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것은 ‘도구의 왕국’에서 노동을 하는 것과 같다”며 스포츠와 일의 의미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스포츠 경기와 관전의 느낌을 깊은 통찰력과 사고력을 갖고 분석한 노박의 의견은 현재 우리 국민들에게 시사할 만한 점이 많다. 국가적 위기를 맞아 심신이 피폐해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스포츠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관심을 불러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나름대로 기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때 5공 권위주의 정권에서 스포츠를 섹스, 스크린 등 ‘3S’로 분류하며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과 민주화를 향한 열망을 분열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활용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스포츠를 인식하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2002 한일월드컵 등에서 5천만이 ‘붉은 악마’가 돼 지혜와 용기를 얻으며 국민적 총의를 이루었던 것을 다시 한번 사려 깊게 생각해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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