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과실연 공동대표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다. 모든 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면 소관 상임위로 넘어가,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임위 법사위를 거쳐 본 회의에서 통과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볼 수 있다.

법안 심의에, 다수결 원칙이 통하지 않다니

법안 심의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그 법안은 절대 소위를 넘어서지 못한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어느 한 의원이 “내가 우리 전문가 역사를 부끄럽게 만들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일 때마다 그 법안은 그대로 처박혀 더는 안건으로 나오지 못하다가 회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예전에 기술사법 개정안이 그랬고, 법사위로 넘어갔던 변리사법 개정안이 그랬다. 법안 심의에 ‘전원 합의’해야 하는 게 관행이란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국회가 맞나.

다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제도를 만들 수 없다. 서로 의견이 부딪칠 때를 대비하여 의사결정방법을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로 정해뒀다. 이 결정방법을 따라야 한다. 국회는 민주 원칙에 따라 운영해야 한다. 한두 사람이 드세게 반대한다고 하여 의안 자체가 진행되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가끔 수가 모자란 야당이 표결로는 막지 못하겠기에 단상을 차지하여 의안을 올리지 못하게 물리력을 동원하는 때도 있다. 옳지 않다. 의안 심의에는 국회법에서 정한 ‘의결 방법’ 인 다수결 원칙을 지켜라.

법안 심의에, 이해관계 있는 사람은 빠져라

국회의원은 그 직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고, 또 다른 직을 겸하지 말라 했다. 실제 이런 조항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이 국회법을 어길 때 징계규정이 있지만 일반 법률에서처럼 처벌할 수 없고, 징계 수준도 별것 아니다. 국회의원이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일 여지가 많다.

민사소송에서는 법관을 배척할 수 있다. 제척과 기피제도다. 제척은 법관이 특정 사건에서 특수한 관계에 있다면 그 사건에 관한 직무를 할 수 없게 하는 제도다. 기피는 법관이 한쪽 소송 관계인과 특수한 관계에 있거나 불공평하게 재판할 염려가 있다면, 그 사람의 직무 집행을 거부하는 제도이다. 재판은 공정하게 진행하려는 제도다.

이해관계가 얽힌 법안이 많다. 국회의원이 직간접으로 얽힌 것이 있을 수 있다. 의원이 관련된 법안이라면 법안 심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변호사 직역에 관련된 법안은 정부에서는 법무부와 법제처가 버티고 있어 통과하기 어렵고, 국회에는 각 상임위에 변호사 출신 의원이 있고, 설령 상임위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그 다음 법사위에서 통과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국회에 제척과 기피 제도를 도입하라. 이해관계가 있는 의원 스스로 심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게 하거나, 이해관계를 가진 자가 해당 의원을 제척을 요구하는 절차를 마련하라. 민심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법안을 의원 혼자서 막겠다고 공언하는 것을 본다. 소위에는 대개 의원 12명 정도가 있는데, 한 사람이 나서서 막을 수 있고, 그걸 쳐다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게 정상인가. 

아무리 좋은 개혁 법안이라도 이런 심의 방법에서는 국회를 넘을 수 없다. 잘못된 법이더라도 고칠 수 없다. 국회는 국회답게 민주적 의결 방법에 따라 심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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