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프리즌’ 스틸. (제공: ㈜쇼박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당신의 상식을 뒤엎는 충격적인 교도소의 문이 열린다.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은 무엇보다 이제까지 교도소를 다룬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장르적 공식들, 다시 말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주인공, 죄수들을 억압하는 교도관, 교도관 몰래 탈옥을 시도하는 죄수들’과 같은 설정을 가차 없이 깨뜨리는 신선한 발상과 과감한 시도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디테일 깡패’ 범죄 액션의 탄생

프리즌은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 그들의 절대 제왕과 새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의 범죄 액션 영화다. 영화 속에서 죄수들은 마치 직장인이 출퇴근을 하는 것처럼 교도소 안팎을 자유롭게 오가며 사건을 일으킨다. 교도소 밖의 설계책이 새로운 범죄를 준비하고, 교도소를 의심 없이 넘나들 수 있는 연결책이 준비된 계획을 전달받는다. 그리고 모든 죄수들을 진두지휘하며 완전범죄를 계획하는 교도소의 실세가 새로운 판을 짠다. 모든 준비를 마치면 드디어 감옥 문이 열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로 선발된 죄수들이 작업을 시작한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범죄의 ‘소멸’ 지점에서 새로운 완전 범죄가 ‘탄생’하는 것이다.

‘죄수들이 담장을 넘나들며 완전범죄를 저지르는 교도소’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떠올린 나현 감독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설정에 힘을 실어주고 관객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개연성을 높이고자 했다”며 디테일한 부분까지 정성을 쏟았다고 밝혔다. 그는 교도소를 소재로 한 작품, 전문 서적, 다큐멘터리, 수기 등 수많은 자료들을 통해 교도소 안의 규율부터 재소자들의 생활환경, 그들이 사용하는 은어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섭렵했다. 무엇보다 영화의 배경이자 또 다른 주인공인 교도소가 더욱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프리즌의 시나리오는 일찍이 충무로에서 제작 전부터 입소문이 자자했던 작품이다. 특히 교도소의 디테일한 묘사와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로 인해 곳곳에서 ‘진짜 있었던 사건을 재구성 한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들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었다(한석규)” “일반적인 삶과는 다른 교도소 안의 위계, 질서, 인간관계 등이 완전히 새로웠다(김래원)” “‘익호’를 중심으로 교도소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군상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정웅인)” 등 배우들 역시 시나리오를 극찬하며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 영화 ‘프리즌’ 스틸. (제공: ㈜쇼박스)

◆스크린 속 살아 숨 쉬는 공간 ‘교도소’ 로케이션

프리즌 제작진들에게는 교도소의 생생함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장소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션이었다. 기존에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대부분 전북 익산에 위치한 세트장이나 서대문 형무소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하지만 교도소의 내부뿐만 아니라 전경까지 리얼하게 그려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제작팀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영화 속 ‘성안 교도소’에 적합한 장소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장장 6개월에 걸쳐 직접 발품을 판 끝에, 20여년간 실제 재소자들이 생활했던 전남 장흥 교도소의 촬영 허가를 받아냈다. 덕분에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4개월간 실제 교도소에서 촬영한 영화 프리즌이 탄생할 수 있었다.

장흥 교도소는 실제로 20년 넘게 죄수들이 살았던 공간으로, 그들의 흔적이 남은 작은 소품들을 통해서도 실제와 같은 현실감을 담아낼 수 있었다. 난방이 안 되는 감방 안에서 벽의 한기를 막기 위해 얼기설기 설치한 장치들, 수납공간을 만들기 위해 활용한 재활용품들, 교도소가 이전되면서 죄수들이 버리고 간 생필품, 수용실 벽면의 낙서들까지. 장흥 교도소의 모든 것들이 영화의 아이디어가 됐다.

영화의 주인공 절대 제왕 익호 역을 맡은 한석규는 “실제 교도소에서 촬영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특별한 경험이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공간들이 스토리에도 큰 힘을 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전직 꼴통 경찰 유건 역의 김래원은 “실제 죄수들이 썼던 방, 화장실 등 공간이 주는 기운부터가 달랐다. 수용실의 낙서부터 붙어있는 사진까지 그대로 활용하다 보니 캐릭터에 몰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교도소라는 곳은 그 사회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했다”는 나현 감독은 프리즌의 시대적 배경을 각종 부정부패가 드러나고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1990년대 중반으로 설정했다. 교도소 바깥세상까지 마음대로 주무르는 죄수들의 비밀이야기로 기대감을 고조시킨 ‘프리즌’은 오는 3월 23일 극장가를 찾는다.

▲ 영화 ‘프리즌’ 스틸. (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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