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올 들어 최대 촛불-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촛불집회 측은 특검기간 연장과 즉각 탄핵을 요구하는 반면 태극기집회 측은 탄핵이 인용되면 나라는 피바다가 되고, 계엄령이 내려질 것이라며 맞섰다.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탄핵심판일이 다가오면서 양측의 요구 수위는 섬뜩할 정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초기에는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인해 일방적인 촛불민심이었다면, 날이 갈수록 태극기집회 규모가 커지면서 이제는 어느 쪽이 더 우세하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문제는 어느 쪽도 자신들의 요구에 반하는 헌재 결정은 용인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헌법수호를 외치면서 헌법에 따른 결정을 따르지 않겠다는 이율배반적 태도다. 조속한 국정안정을 바라며 헌재 결정을 기다리는 국민 입장에서 양측의 팽팽한 대립은 탄핵 정국 그 이상의 불편하고 불안한 걱정거리다. 간과해선 안 될 사실은 국민 모두가 촛불이나 태극기, 둘 중 하나에 속해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상당수의 국민은 현 탄핵 정국을 중립적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촛불이나 태극기 세력의 주장이 아닌 이처럼 중립적 입장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이어야 한다.

촛불집회는 최순실 모녀와 정권 실세들이 헌법질서를 무시한 데서부터 시작됐다. 권력을 등에 업고 헌법을 무시하고 국정을 농단한 사실이 국민을 분노케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촛불과 태극기 세력이 헌재의 결정이라도 자신들의 요구와 다른 결정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또 다른 헌법파괴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은 탄핵이든 아니든 헌재가 빨리 합법한 결정을 내려 나라가 조속히 안정되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촛불-태극기 세력을 포함해 여야 국회 시민단체와 대선주자들까지 모두 헌재의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

헌재는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의 퇴임 일인 3월 13일 이전에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헌재 탄핵심판 이후 지금보다 시위가 격화된다면 이 나라 경제와 안보는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燈火) 상태가 될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이번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세력은 또다시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국가를 혼란에 빠트리는 반민주·반헌법 세력일 뿐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