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새 학기 증후군(또는 신학기 증후군, 새 학년 증후군)은 집단생활을 처음으로 한다거나 혹은 새로운 학기 또는 학년이 되어서 급격한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각종 심리적 어려움 또는 증상들을 말한다. 집에서 주로 가족들과 편안하게 생활하다가 집밖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학교 등에서 주로 새로운 친구들이나 선생님 등의 타인과 긴장된 채 규칙에 따르며 생활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어서 각종 스트레스 증상들이 나타난다. 미약하게는 가벼운 불안이나 걱정의 정도이지만, 심한 경우 엄마와 떨어지지 못하는 분리불안이나 등교(또는 등원) 자체를 거부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교육기관 자체에 대한 공포증이 수반되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각 영역별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먼저 정서적 영역이다. 불안, 우울, 분노, 짜증, 무기력 등의 부정적 감정들이 나타난다. 둘째, 행동적 영역이다. 떼쓰기, 반항, 공격적 행동, 과잉행동, 행동이 느려짐 등의 증상들이 생겨날 수 있다. 셋째, 인지적 영역이다. 주의집중력의 저하, 기억력의 저하, 이해력의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넷째, 생리적 영역이다. 불면 또는 과다수면, 식욕저하 또는 폭식 등 수면과 식사 습관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다섯째, 신체적 영역이다. 잦은 복통, 두통, 메스꺼움, 설사, 변비, 소화불량, 사지 마비,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한다. 심리적 원인 또는 스트레스에 의한 이러한 통증이나 신체적 불편은 의학적 검사상 별다른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기에 ‘신체화’ 증상이라고도 표현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다음과 같은 말들을 해 준다. 위로와 공감의 말이 제일 중요하다. “네가 힘들다고 하니까 엄마도 마음이 많이 아프다. 많이 힘들었겠구나”라고 말해주자. 그런 다음에 엄마의 안심시키기 또는 도움의 약속이 중요하다. “이제 엄마가 알았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안심해.” 또는 “엄마가 너를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마.”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예측을 해 준다. “조금 지나면 나아질 것이야.” “지금 어렵고 힘들지만 결국 다 잘 해결될 것이야.” 새 학기 증후군이 질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분리불안, 즉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가 결국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 채 분리불안 장애로까지 이어져서 등교 거부를 할 수 있다. 선생님이 야단칠 것에 대한 두려움 또는 친구들이 괴롭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심해지고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기타 불안장애 또는 상세불명의 불안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혹시 학기 초에 선생님에게 심한 꾸지람을 들었다거나 혹은 친구들로부터 실제로 괴롭힘을 당했다면, 그것들이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여 트라우마(심리적 외상)를 입게 되어 적응장애로 발전할 수도 있다.

적응장애는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한 후 3개월 내에 나타나는 정서적 또는 행동적 증상들이다. 이는 스트레스 원에 대해 정상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반응을 넘어서고, 사회적 기능이나 직업적 기능의 심각한 장해를 보일 때 진단을 내린다. 6가지 유형이 있는데, ①우울 정서를 보이는 적응장애 ②불안을 보이는 적응장애 ③불안과 우울 기분이 중복된 적응장애 ④행동문제가 있는 적응장애 ⑤정서와 행동문제가 중복된 적응장애 ⑥비(非)특이성 적응장애가 있다. 질병을 의심하는 경우는 두 가지 기준에 부합된다. 하나는 학교생활 적응을 잘 못하는 등의 기능의 저하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 스스로 주관적으로 혹은 부모의 관찰에 의해 객관적으로 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소아정신과 병의원을 찾는다. 대개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한 심리치료와 함께 부모의 적절한 대응방법을 일러주는 부모 교육이 이루어진다. 심리치료는 면담치료, 놀이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행동치료 등의 종류가 있다. 증상의 정도가 중등도 이상이라고 판단되면 약물치료가 함께 이루어진다. 부모는 이제부터 새 학기 증후군이 가볍게 지나가기를 기대하면서 자녀를 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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