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가 20일 서울 종로구 돈암그리스도의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손 교수는 한 개신교인의 사찰 훼손을 대신 사과하고 이를 위해 1년여 전 모금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지난 17일 서울기독대(총장 이강평) 이사회로부터 파면당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학교 측 “불상=우상, 불상건립 모금운동 인정 못해”
손원영, 그리스도의교회 정체성 주제 학술토론 제안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서울기독대학교(총장 이강평) 신학전문대학원의 손원영 교수 파면이 개신교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면 이유를 놓고 손 교수와 학교 측이 입장차를 보이는 가운데 교계에서 손 교수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손원영 교수는 지난해 1월 개신교 신자인 60대 한 남성이 경북 김천 개운사에서 “절은 미신이고 불상은 우상”이라며 불당을 훼손해 1억여원의 재산피해를 입히자, 그를 대신해 사과한 인물이다. 이후 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당회복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다. 운동으로 모인 금액은 총 260만원. 손 교수는 개운사 측에 전달하려 했지만 사찰 측에서 “개신교와 불교 간 상호 이해와 종교 평화를 위해 사용해 달라”며 고사해 당시 종교계를 훈훈하게 했다. 그랬던 손 교수가 돌연 학교 측으로부터 파면을 당했다.

학교 측은 손 교수의 신학적 노선 등이 대학의 설립이념과 맞지 않는다며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지난 17일 학교 이사회는 손 교수를 파면했다. 이에 손 교수는 지난 20일 파면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연세대학교 신과대학과 연합신학대학원 동문회 등을 중심으로 서명운동과 함께 ‘손원영 교수를 지지하는 목회자와 신학자 224명 일동’ 명의의 성명이 나왔다. 이들은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와 그에 근거한 신학에 의거하여 손원영 교수의 신학과 실천을 지지하며, 서울기독대학교의 이사회가 손 교수의 파면 결정을 철회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또 손 교수에 대해 “성서가 가르치는 대로 고통 받는 약자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고, 복음을 변화된 상황에 맞게 적실하게 해석하고, 경직된 신학적 언어에 생기를 불어넣는 뛰어난 신학자, 특출한 기독교교육학자”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의 신학은 성서로 돌아가고,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환원운동의 전통에 입각한 신학”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손 교수의 신학적 노선에 대해 이 같은 평가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학교가 속한 교단 측과 총장이 손 교수의 신학적 노선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앞서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 측은 손 교수의 기자회견 후 ‘개운사 불당 모금’이 파면 사유로 지목되자, 이를 해명하기 위해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단 측은 파면의 직접적인 이유가 손 교수의 ‘신학적 정체성’과 ‘약속 불이행’이라고 강조했다.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손 교수의 신학에 대해 교단 측은 “남의 절에 가서 불상을 부수는 것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서도 “불상만 놓고 본다면 우리 교단은 분명 우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불상 건립 모금운동도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과 대치해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강평 총장도 최근 한 교계 방송에 출연해 손 교수의 신학적 정체성을 지적했다.

교단 측은 손 교수가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 소속 목회자가 아닌 감리교 소속 목회자라는 점도 문제로 삼았다. 학교 측이 손 교수에게 감리교를 탈퇴하고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로 편목하라고 요구했고, 손 교수가 요구에 응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교단 측은 손 교수가 소속 교단의 목사가 아니기에 서울기독대 신학과 교수로서 최소한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학교 측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서울기독대학교의 정체성은 ‘보수주의신학’이 아니다”며 “확실하게 해 두자. 내가 속한 서울기독대학교의 정체성은 ‘보수주의신학’이 아니라 ‘환원운동’(restoration movement)이다”라고 단언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환원운동은 영어의 ‘환원’(restoration: re+store)이란 말이 암시하듯이, 잃어버린 것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손 교수는 이강평 총장을 향해 “환원운동을 널리 알기 위해서라도, 학생모집을 위해서라도 학술토론을 할 것을 진심으로 제안하고 싶다”며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이러한 학술토론을 회피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학교당국의 성실한 응답을 기대한다”고 제안했다.

손 교수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SNS를 타고 확산하고 있다.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신교인의 훼불사건에 개신교인이 사과와 연대책임을 지자는 취지로 모금한 걸로 기억하는데, 이걸 우상숭배로 몰다니”라며 “이게 우상숭배라 파면할 일이면, 불상훼손한 사람은 우상 타파했으니 승진시키고 후원금 보내야 한다는 논리와 뭐가 다른가”라며 개탄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이찬수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명색이 대학이라는 이름 달고 있는 곳에서, 다원성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 모든 계명의 완성’이라고 가르친 예수를 따른다는 신학교에서, 천부당만부당한 일이 여전한 현실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며 “결국 자기편만 사랑하라는 모순된 메시지만 우리 사회에 다시 한 번 남겨놓는 꼴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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