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히는 신경작용제 VX가 사용됐다고 2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경찰이 밝혔다. (출처: 말레이시아 경찰, 뉴시스)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말레이시아 경찰이 24일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을 신경작용제인 ‘VX’로 잠정결론 내리면서 국제사회서 규탄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김정남 암살에 북한 정권이 직접 관여했다는 강력한 증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말레이시아 경찰은 “1차 테스트 결과, 암살된 김정남 시신에서 신경성 독가스인 ‘VX’를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VX는 인체 흡수 시 몇 분 만에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신경작용제로 알려졌다. 무색무취의 이 물질은 호흡기나 직접 섭취, 눈, 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며,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의 독성을 발휘한다.

이 같은 위험성 때문에 국제적으로 개발·사용이 엄격하게 금지됐으며 유엔 결의 687호에서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이 VX로 잠정 결론 나면서 김정은 정권이 VX를 자체 개발해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VX는 개발과 생산이 엄격히 금지돼 있는 데다 제조에 대규모 생산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에 북한 정권이 직접 관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미들베리칼리지의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 레이먼드 질린스카스 소장은 “북한이 유엔 조사관들의 입국을 허용할지가 의문이지만 이 사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또는 유엔 총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성격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이번 말레이 경찰 발표 이후 “화학무기가 인명살상에 사용된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바”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금번 행위는 화학무기금지협약 및 관련 국제규범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며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히 공동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말레이 경찰은 앞서 성명을 통해 VX가 국제협약인 화학무기협약(CWC)에 따라 화학무기로 분류된 물질이라고 밝혔다. 1997년 CWC가 발효되면서 190여개 협약 당사국은 VX의 개발·생산·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북한은 CWC에 가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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