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적 가톨릭 신자보다는 무신론자가 낫다고 일침을 날렸다.

교황은 23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 처소인 산타 마르타 게스트하우스에서 집전한 아침 미사에서 “추문은 하나를 말한 뒤 이 말과는 다른 행동을 하는 것으로, 이중적 삶을 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교황이 설교 중 즉흥적으로 ‘추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이같이 답변했다고 바티칸 라디오 방송을 인용해 전했다.

교황은 “스스로를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고 주장하면서 ‘나는 매우 가톨릭적이다. 항상 미사에 참석한다. 이런 저런 (교회) 단체에 소속돼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내 인생은 기독교적이지 않다’고 고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이들이 ‘나는 내 직원들에게 적절한 임금을 주지 않고, 사람들을 착취하며, 더러운 비즈니스를 하고, 돈 세탁을 한다’고 말해야하는 사람들이며 이는 위선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러한 많은 가톨릭 신자가 있으며, 이들은 추문을 일으킨다”며 “우리는 가톨릭 신자가 무신론자보다 더 훌륭할 것이라는 말을 너무나 자주 듣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3년 즉위 직후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에게 종교의 가르침을 실행에 옮길 것을 당부해왔다.

그는 최근 몇 년간 가톨릭 교단을 얼룩지게 한 아동 성추행을 저지른 성직자들을 ‘악마의 무리’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는 한편 용서를 구하고 아동 성추행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강조해왔다. 또 ‘교회의 왕자’로 여겨지는 가톨릭 교단의 최고 직위인 추기경들에게 진짜 왕자처럼 행동하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교황은 무신론자에 대해서도 관용적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2013년 즉위 직후 교황은 모두에게 천국이 열려 있다고 설교하면서 “신은 신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그리스도의 피로 구원했다”며 “무신론자도 구원했는지를 묻는다면 심지어 무신론자까지 포함한 모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신론자라도 선을 행하면 천국에서 함께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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