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연구원 정책보고서 발간

천주교, 성직자 절반 이상
공적연금 가입… 종교계 1위

개신교, 교단 운영 연금제有
수혜자는 少… 재정문제까지

“노후준비 수단 없는데…”
불교, 노후준비 가장 열악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우리나라 성직자들의 노후문제에 대한 요구는 크지만 준비상황은 열악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성직자 노후보장 실태와 국민연금 가입 제고 방안(유희원·한신실)’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성직자들의 ‘의료’ 영역에 대한 욕구는 3.52점(5점 만점)으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는 ‘의식주’ 3.15점, ‘여가’ 2.93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에 대한 노후준비 정도는 의료(2.54점), 의식주(2.53점), 여가(2.40점) 등 전반적으로 준비상태가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교별로는 천주교 성직자들이 의료, 의식주, 여가 등 모든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준비 수준이 가장 높았던 반면, 욕구 수준이 가장 높은 불교는 세 가지 영역 모두에서 준비상태가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정책보고서에서 성직자의 은퇴 예상연령은 전체 응답자 기준 평균 70.88세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성직자인 일반인의 실질 퇴직연령인 71.1세와 유사한 수준이다. 종교별로는 불교가 평균 74.57세로 개신교(68.92세)와 천주교(69.19세)보다 높게 나타나 상대적으로 은퇴 후 노후기간이 짧았다.

노후문제를 염려하는 성직자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었다. 전체 5점 만점에 평균 3.07점으로 나타났다. 종교별로는 불교가 3.37점으로 가장 높았고, 개신교가 3.11점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천주교는 2.71점으로 다른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후에 대한 걱정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직자들이 은퇴 이후 가장 불안해하는 부분은 ‘건강악화(37.6%)’와 ‘경제적 어려움(32.8%)’ 등 문제였다. 불교·천주교 성직자는 전체 양상과 동일하게 ‘건강악화’라는 응답이 각각 46.2%와 34.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개신교 성직자는 ‘경제적 어려움’이 40.5%로 가장 많았다.

◆성직자 31% “노후준비 수단 없어”

노후에 겪게 될 어려움이나 기본적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성직자들이 준비하고 있는 노후준비 수단으로는 ‘공적연금제도’라는 응답이 40.5%로 가장 많았고, ‘노후준비 수단 없음’이 31.3%로 그 뒤를 잇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은 종단별로 달랐다. 개신교 성직자들은 ‘종교단체 제공 연금제도’라는 응답이 49.6%로 가장 많았고, ‘공적연금제도’ 34.7%, ‘노후준비 수단 없음’ 26.3%, ‘개인연금·개인저축’ 21.8%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불교 성직자들은 ‘노후준비 수단 없음’이 45.5%로 가장 많았고, ‘공적연금제도’ 31.8%, ‘종교단체 제공 의식주 관련 현물급여’ 21.7%, ‘개인연금·개인저축’ 19.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천주교는 ‘종교단체 제공 의식주 관련 현물급여’라는 응답이 61.0%로 가장 많았고, ‘공적연금제도’ 55.6%, ‘노후준비 수단 없음’ 21.2%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성직자 10명 중 6명, 공적연금 미가입

성직자들의 공적연금 가입여부를 조사한 결과, 미가입자가 59.5%로 10명 중 6명에 달했다. 종교별 가입률을 보면, 천주교가 55.6%으로 가장 높았고, 개신교 34.7%, 불교 31.8% 등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2015년 12월 기준 일반인(비성직자)의 18-59세 총인구 대비 공적연금 가입율이 69.3%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직자의 가입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보고서는 “개신교와 불교는 일반인(비성직자) 대비 절반가량의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공적 영역으로부터의 배제 문제가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공적연금에 가입한 성직자들의 보험료 납부기간은 평균 104.05개월 정도로 노령연금 수급 최소 가입 기간(120개월)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평균 납부액은 11.5만원인데, 이는 월 128만원 소득자들이 납부하는 보험료 수준이다. 이를 통해 수령할 수 있는 노령연금 예상지급액은 10년 가입 시 18만 5140원, 20년 가입 시 35만 5050원, 40년 가입 시 69만 3600원 정도다. 여기에 기초연금액 20만원이 더해질 경우, 공적기제를 통해 전달되는 노후소득은 약 38만원에서 89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교단체 53%, 노후보장제도 없어

문제는 공적연금제도에 가입한 성직자가 아닌 60%에 가까운 성직자들이다. 이들은 사적인 노후소득보장제도에서도 배제된 경우가 상당했다.

종교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노후보장제도 현황을 살펴본 결과, ‘해당없음’이라는 응답이 무려 53.1%에 달했다. 이 외 ‘의식주 관련 현물 지원’이 28.4%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연금’ 16.3%, ‘퇴직금’ 9.1%, ‘기타(종교 기부금)’ 0.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개신교 성직자들이 주요 수단으로 꼽은 사적 노후소득보장 제도는 연금(은급)제도다. 그러나 교단에서 제공하는 연금(은급)제도에 가입해 실제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경우는 32.1%에 불과해, 상당수의 개신교 성직자들은 자체적인 연금(은급)제도에서 배제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천주교는 별도의 연금제도가 없는 대신 ‘의식주 관련 현물 지원(61.0%)’과 ‘퇴직금(일시금)(22.0%)’이 주로 제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의 경우 종교단체에서 제공하는 노후보장 수단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 중 78.3%가 노후보장과 관련된 별도의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응답했고, 21.7% 정도만이 의식주와 관련된 현물을 제공받고 있었다.

◆개인연금 가입률 10%대

민간의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한 비율은 더 저조했다. 개인연금 가입률은 공·사적 연금제도가 불확실한 불교(15.9%), 개신교(13.0%)의 성직자가 그나마 높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국민연금제도라는 공적 기제와 자체적인 현물 지원 등을 통해 성직자의 노후보장을 위해 노력해왔던 천주교는 5.0%의 미미한 가입률을 보였다.

보고서는 “공적연금이나 종교단체의 연금제도로부터 대부분의 성직자가 제외되어 있는 상황은 노후를 위해 개인연금이나 저축을 활용할 필요성을 높지만, 성직자 중 11.4% 정도만 개인연금제도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30~50대 일반인(비성직자)의 개인연금 가입률 25.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개신교·천주교·불교 등 국내 주요 종교의 성직자들은 국민연금과 같은 기본적인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고, 종교단체에서 제공하는 자체적인 노후보장제도 역시 급여수준이나 적용범위 측면에서 상당히 열악하다는 결론이다. 소규모 교단(종단) 소속 성직자들에게는 훨씬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성직자 국민연금 가입시켜야”

이번 정책보고서는 이 같은 성직자의 불확실한 노후보장 실태를 타계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적연금 중심의 다층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각 종단에서 제공되는 사적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역할이 공적연금의 보조기제로 제한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사적기제의 경우 강제 적용이 어려워 성직자 간 노후 불평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개신교 교단에서는 연금(은급)제도의 심각한 재정문제가 불거져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 인하와 같은 재정안정화 조치를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성직자를 제도 내로 포섭해 미진한 현 국민연금 가입률을 제고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급진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종교계에 큰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과세 및 보험료 부과체계의 정비 통해 성직자의 강제가입 규정을 강화하는 방법 등은 종교인 과세 논란 등을 겪고 있어 사실상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점진적인 방법으로 종교단체의 특례가입사업장 적용을 통한 가입유인을 제안했다.

한편 보고서는 “성직자가 국가의 과세 체계나 국민연금보험료 부과체계 내에서 정상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들에게 일련의 편의를 제공하면서까지 가입을 유인하는 것은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연금은 전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라는 대전제 하에 운영되는 ‘사회’보험제도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노후보장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성직자들을 국민연금제도 내로 편입시켜 적절한 의무를 부과하고 그에 따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명분을 확보했다.

이번 조사는 60세 미만의 전국 개신교, 천주교, 불교 성직자 중 798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2016년 4월 29일부터 같은 해 7월 18일까지 약 12주간 조사했다. 조사는 ‘1대1 개인면접 조사’를 기본으로 ‘1대 多 집단면접 조사(조계종)’와 ‘멀티조사(천주교 일부)’ 등의 조사방법이 병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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