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이 거의 종착점으로 향하고 있다. 당초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언급한대로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 직전까지, 즉 3월 13일까지는 최종심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탄핵 인용이냐, 기각이냐를 넘어서 최소한 8인 체제에서는 결론을 내겠다는 뜻이다. 이정미 재판관 퇴임 이후까지 넘길 경우 7인 체제로서는 탄핵심판이 자칫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거나 혹은 돌발변수로 인해 심판절차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정공백과 국민혼란을 최소화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헌재의 탄핵심판 일정에 대해 윤곽이 잡히자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반격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게다가 탄핵심판 결과까지 낙관하기 어렵게 되자 여당인 자유한국당까지 가세해서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헌재의 공정성 문제를 따지는가 하면 일부 대리인단은 대심판정에서 상식 밖의 언행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탄핵의 법리를 따지기보다는 아예 ‘정치 이슈’로 몰고 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렇게 해서 다시 ‘진영논리’로 프레임을 만들고 보수층을 결속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탄핵심판의 정치화’, 과연 그 끝이 어떨지는 관심 있게 지켜 볼 일이다.

이런 가운데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여권 일각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직전에 자진 사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니까 어차피 탄핵심판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 전에 자진 사퇴함으로써 탄핵만큼은 면하고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면서 지지층을 끌어안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물론 덤으로 정치권에서 사법적 관용까지 합의를 얻어 낸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고 볼 것이다. 그래서 ‘탄핵 전 사퇴’를 전제로 정치권에서 논의를 해보자는 얘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탄핵 전 사퇴는 박 대통령의 뜻이다. 말릴 수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법적 면책이나 관용은 불가능하다. 헌법질서를 문란케 해서 사퇴한 전직 대통령에게 법률적 관용을 베푼다면 법치는 이미 죽은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치권 합의를 통해 박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관용을 합의하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도 안 될 일이다. 분노한 민심의 함성을 현장에서 목도한 야권이 지금 시점에서 그런 것을 협상이라고 나서겠는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국민적 자존심과 국격은 이미 상처투성이가 돼버렸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미래로 전진해야 한다. 이쯤에서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대충주의나 어설픈 절충주의는 더 큰 절망을 낳게 된다. 이번 기회에 법치의 엄중함과 적폐의 청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것이 국민적 자존심을 살려주는 최소한의 성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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