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 연루자에 대한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관의 연루설이 발표된 뒤 쿠알라룸푸르 북한 대사관 앞에서 취재진이 대사관에서 나오는 차량을 취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사건 10일 만에 첫 공식 반응
“北배후설 반공화국 음모책동”
주모자 현광성, 대사관 은신
면책 특권에 신병 확보 난망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북한이 23일 김정남 암살 사건의 북한 배후설에 대해 ‘반공화국 음모책동’이라고 비난했다. 사건 발생 10일 만에 북한 배후설을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김정남 피살 이후 북한이 공식 반응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 배후설이 확산하자,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된 것과 관련해 “외교여권 소지자인 우리 공화국 공민이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갑자기 쇼크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사망한 것은 뜻밖의 불상사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명백히 남조선 당국이 이번 사건을 이미 전부터 예견하고 있었으며 그 대본까지 미리 짜놓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말레이 수사 당국의 김정남 부검 강행에 대해선 ‘공화국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 침해’로 규정하고 “인권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며, 인륜도덕에도 어긋나는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 같은 행위들이 ‘남조선 당국’이 벌려놓은 반공화국 모략 소동과 때를 같이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음모책동의 목적이 우리 공화국의 영상에 먹칠을 하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박근혜 역도의 숨통을 열어주며 국제사회의 이목을 딴 데로 돌려보려는 데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다”고 했다.

북한이 이처럼 김정남 사망을 ‘쇼크사’로 주장하고 북한 배후설을 전면 부인하면서 사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가 사실상 북한을 배후로 지목한 가운데 북한이 이에 반발하고 있어 양국 간 외교 관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재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로 지목된 이는 모두 10명이다. 북한 국적의 리정철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여성 2명 등 3명이 체포됐고, 북한 국적의 다른 남성 용의자 4명은 모두 도주했다. 추가 발표된 용의자인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북한 국적자 리지우는 치외법권 지역인 북한대사관에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암살 작전을 주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현광성이 북한 배후설을 입증할 핵심 고리로 지목되고 있지만, 신병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교관 신분이어서 민·형사상 기소를 받지 않는 면책 특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 경찰 당국은 북한 대사관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북한의 태도로 볼 때 이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

말레이 당국이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의 정체를 파악하더라도 이들 핵심 용의자들의 신병 확보에 실패할 경우 북한과의 연관성을 뚜렷하게 밝히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낼 수 있다. 양국 외교 관계 역시 양측의 공방 속에 ‘단교’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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