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달은 직업을 변화시켰다.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가 하면, 많은 직업이 하나둘씩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는 사진 속,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추억의 직업들. 그 시절을 살았던 세대에겐 아련하고, 젊은이에겐 그저 신기한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그때가 있었기에 현재도, 미래도 존재하는 법. 이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추억의 직업을 알아봤다.

 

▲ 풍속도첩 중 대장간 (출처:국립중앙박물관)

석쇠, 난간, 공구, 농기계 등
실생활 필요한 물품 거의 제작
신라, 해양 통해 철 수출하기도

시골, 마을 단위로 대장간 존재
농사철 가까운 2~3월 가장 바빠
농어촌서 대장장이는 꼭 필요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딱쇠, 대정쟁이, 성냥, 대장, 야장(冶匠), 철장…’.

부르는 이름도 참 많다. 철을 비롯한 각종 금속을 다루는 일을 하는 대장장이. 이들은 연철문, 석쇠, 난간, 가벼운 정착물, 가구, 조각품, 공구, 농기계, 종교 물건 등을 만들었다.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 대부분을 대장장이가 제작했다고 보면 된다.

◆역사적 최초 야장은 신라 왕 ‘석탈해’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대장장이는 청동기의 출현과 동시에 등장했다. 우리나라 기록에 따르면, 최초의 야장은 신라의 석탈해였다. 그는 신라 제4대 왕이다. 석탈해는 신라 본토 사람은 아니었다. 일본에서도 멀리 떨어진 용성국에서 배를 타고 이주해 온 인물로 철을 잘 다뤘으며 지혜가 있어 왕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었다.

석탈해가 철을 잘 다뤘다는 것은, 신라 사회가 철생산을 중요시했음을 말해준다. 실제 신라는 해양을 통해 철을 활발하게 수출하기도 했다. 신라시대 절에서는 불상과 종의 주조기술을 가진 사노(寺奴:절에 딸린 종)가 있기도 했다.

▲ 대장간에서 불린 쇠를 두드릴 때 쓰는 받침. 원통형의 통나무에 직육면체의 철제 모루가 끼워진 형태임. (출처:국립민속박물관)

◆농기구 불에 달궈 버리거나 새로 만들어

옛날 시골이나 마을 단위로 대장간이 있었다. 농기구나 연장이 무뎌지면 불에 달궈 버리기도 하고, 새로 만들어 내야 했는데, 이런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 대장장이였다.

대장장이는 오랜 숙련을 통해 담금질(쇠를 달구었다가 찬물에 넣는 것)로 쇠의 강도나 성능을 조절했다. 대장간에는 풀무 외에 모루(쇠를 올려놓고 두드릴 때 받침대 역할을 하는 쇳덩이), 정, 메, 집게, 대갈마치, 숫돌 등이 있었다.

조선 화가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의 ‘대장간’그림을 보면, 대장장이의 모습이 잘 표현돼 있다. 그림 속에는 아무런 배경 없이 대장간에서 일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달군 쇠를 모루 위에 대주는 사람, 이를 쇠망치로 내리치는 사람들, 다 된 연장을 숫돌에 갈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 중 가장 나이가 어린 견습생인 듯한 이는 풀무에 바람을 넣는 듯 줄을 잡아당기고 있다. 이들의 솟아오른 근육과 흐르는 땀방울을 통해 활기찬 생활상을 느낄 수 있다. 담금질하는 데 쓰이는 기다란 목제 함지박도 보이고, 여러 공구를 담는 나무 상자도 보인다. 그림이지만 대장간에서 금속음이 들리는 것처럼 장면이 생생하다.

또 대장장이가 없는 마을로 떠돌아다니며 주문을 받고 연장을 만들어주던 떠돌이 대장장이도 있었다. 대장장이가 가장 바쁜 시기는 2~3월이었다고 한다. 농사철이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농어촌에서는 농기구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장장이는 필수적인 존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의 ‘경국대전’에 따르면, 서울에는 192명, 지방에는 458명의 대장장이가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수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장장이는 농기구 등을 만들 장시에 판매하거나 물물교환하며 관청의 사역에 응하던 자도 많았다. 대장장이의 신분은 무엇이었을까. 양인이나 천인이었다. 후기에 들어서는 양인화해 관청의 사역에서 벗어났지만, 대장장이라는 천대는 면치 못했다. 대장장이도 문명이 발달하면서 하나둘씩 사라졌다.

전통적인 대장장이가 호미 하나를 만드는 시간은 줄잡아 한 시간이 걸리지만, 기계로 제작하면 한꺼번에 수십 개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장장이는 사라졌고, 1970년대 이후 시골의 장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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