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출처: 교육부)

교육부, 연구학교 지원 예정
문명고생 100여명 반대집회
“연구학교 신청 압박 가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교육부가 올해 새 학기부터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할 연구학교로 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를 지정하면서 시민단체와 문명고 학생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교육부는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 따라 문명고를 역사·한국사교과서를 주교재로 활용할 연구학교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을 통해 전국의 중·고교를 대상으로 연구학교를 신청 받은 결과 문명고 외에도 영주 경북항공고와 구미 오상고 2곳에서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경북항공고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열지 않고 연구학교를 신청해 교육청 심의에서 탈락했고 오상고는 서류 미비 논란과 학내 반발로 신청 하루 만에 철회했다.

교육부는 수시상담과 보고회를 바탕으로 국정 역사교과서를 활용한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하고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세우는 등 이달부터 연구학교에 대한 운영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작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심해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을 철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따르면, 문명고는 지난 14일 오후 5시경 학교운영위원회를 개최했고 연구학교 지정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2명의 위원만 찬성한 것으로 결론이 나자, 정회 중 학교장이 학부모위원들 설득에 나섰다. 이후 재 표결을 거쳐 가결됐다.

문명고 100여명의 학생은 20일 오전 학교 운동장에 모여 연구학교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학교 측에서는 전날 학생들에게 문자를 보내 자율학습 취소 통보를 했지만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에 모였다.

학생들은 ‘국정교과서 철회’ ‘학교 주인은 재단이 아닌 학생이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나와 ‘교장 선생님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두고 학생과 학부모의 집회가 계속되자 문명중·고는 이날로 예정됐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문명고를 연구학교로 지정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의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현장보급을 위해 ‘국·검정혼용제’와 ‘연구학교 지정’이라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육부는 국립고등학교는 당연히 연구학교가 돼야 한다는 엉터리 논리를 앞세워 전국의 국립고등학교에 연구학교 신청 압박을 가했다”며 “공·사립학교에 대해서는 ‘교원 승진 가산점’과 ‘1000만원의 예산 지원’의 미끼를 내걸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명고는 현재 많은 학생과 학부형이 학교 당국에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문명고가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한다면 국정 역사교과서는 채택률 0%라는 신기록을 세우고 박물관에 유물로 전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부적격 교과서 보조교재 무단 배부는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꼼수”라며 교육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이들은 “교과서로 개발한 책을 보조교재로 내보내겠다는 발상도 황당하지만, 이는 교육부의 기존 방침과도 어긋난다”며 “보조교재 배포 방식은 어떠한 교육부 고시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무단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교조는 “교육부가 오는 3월 3일까지 신청 받아 같은 달 15일에 배부한다는 일정이니 이미 상당량을 인쇄해 뒀을 것”이라며 “교육부는 인쇄 여부와 함께 인쇄 예산 규모와 예산 확보 방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명고는 학생과 학부모 측에 오는 23일까지 연구학교 운영에 대해서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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