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송범석 기자] 2008년 NHK가 조사한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인물 1위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오다 노부나가. 일본인들은 그의 천재적인 지략과 영웅적인 카리스마를 동경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사카구치 안고는 ‘영웅’ 오다 노부나가를 강조하지 않는다. 시대의 풍운아이기 전에 사람 냄새를 풍겼던 그의 생생한 삶을 농밀하게 그려낸다. 역사 소설이라고 까마득한 먼 옛날이야기나 풀어 놓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현대 소설처럼 비속어와 속어, 문어와 구어를 적절히 섞어 가며 실존감 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저자는 기존 역사 소설들이 사용하는 유려하고 단아한 문체에 맞선 독창적이고 리얼한 문체로 이 시대에 맞는 오다 노부나가를 재구성한다.

전국시대 오와리 지방 유력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노부나가는 어린 시절에 품행이 단정치 못했다. 그는 승계 서열에서는 가장 높은 위치를 선점했지만 품행 때문에 ‘오다의 바보’라 불린다. 오다 가문을 둘러싼 정세는 좋지 못했고 그만큼 아버지 오다 노부히데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노부나가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신과 일가친척은 노부나가의 철없는 행동에 질려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만다. 게다가 유일하게 노부나가를 신뢰하던 충신 마사히데 조차 노부나가가 좀처럼 바보짓을 멈추지 않자 결국 노부나가에게 간언을 하고 할복을 하게 된다.

‘노부나가가 왜 바보짓을 했는가’라는 물음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지만, 작가는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다만 ‘노부나가는 바보가 아니라 천재였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하게 기술하고 있다. 성인이 된 노부나가는 바보짓을 멈추고 천재적인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의 천재성은 그가 개발한 철포(鐵砲) 전술에서 증명된다.

예전의 철포는 화승총이라고 해서 지금처럼 방아쇠로 발포하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화약에 불을 붙여야만 했다. 철포 대대는 항상 허리에 화승(火繩)과 불을 붙일 재료를 담은 주머니를 매달고 전쟁에 나갔다.

일본에서 가장 처음 철포를 도입해 연구한 사람은 다케다 신겐이었다. 신겐은 철포가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 발을 쏜 후 다음 한 발까지의 지연 시간이 너무 길다고 단정한 것이다. 총을 쏘려고 대기하는 사이에 적이 와서 철포 부대를 칼로 베면 그만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노부나가의 철포 전술은 ‘혁명’ 그 자체였다. 노부나가는 철포 대대를 3열로 준비시켰다. 첫 번째 열이 발사하면, 대기 시간 동안 두 번째 열이 발사하고 다시 세 번째 열이 발사했다. 세 번째 열이 발사하고 나면 첫 번째 열의 총알 장전이 완료되기 때문에 공격을 계속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소설 오다 노부나가>의 한 장 한 장은 스펙터클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작가는 노부나가의 정신을 강조한다. 철포 사례에서 봤듯이 낡아빠진 정신으로는 전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강산은 변하지만 불굴의 정신은 변하지 않듯 ‘노부나가의 정신’은 여전히 선명한 빛을 잃지 않고 있다.

사카구치 안고 지음 / 세시 펴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