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통신언어가 지속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한편,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소통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래를 보면, 1990년대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인터넷 사용자들이 온라인상에서 통신하는 사람끼리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생겨났다. 그런데 이 언어가 이제는 국내외 안팎에서, 남녀노소, 계층을 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그 배경엔 국가 간 경계가 거의 없다는 점도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유동인구는 소통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통신언어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에 따라 저절로 흡수했다. 마치 통신언어의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한다.

이러한 통신언어의 특징은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해 격식을 안 따진다는 점, 상호간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 그리고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점에 있다. 때문에 사용자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그 위력 또한 커지게 됐다. 게다가 언어 사용에 있어서 경제성 편리성 간결성 신속성을 수반한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통신언어가 의사소통의 중요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점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하면 통신언어 우선주의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 차이 또는 통신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언어적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궁극적으로 세대 간 대화 부족 또는 단절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우리말 문법 파괴 현상을 초래하여 우리말의 변이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 현행 통신언어의 실태를 보면, 문법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체계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맞춤법을 혼란시키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말도 외국어도 아닌 ‘짬뽕언어’로 변질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소통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현상이 우리 국민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국내 체류 외국인 또는 심지어 국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육자, 또 이를 배우는 한국어 학습자들에게까지 고스란히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통신언어 사용을 막을 수 없으며 막을 필요도 없다. 다만 점진적인 개선은 필요하다. 언어의 개방성은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어를 보면, 영어만큼 가장 많은 어휘를 가진 언어도 없다. 왜 그런가. 개방성에 역점을 두고 외래어를 흡수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던 결과다.

통신언어는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언어도, 변방의 언어도 아니다. 통신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는 이에 익숙한 네티즌 세대와 공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말의 힘과 입지를 강화시켜 국제어, 세계어로 등극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신언어 상에서 ‘올바른 단어·어휘의 선택과 사용, 바르고 고운말’을 권장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은어, 불분명한 의미, 혼란스러운 표현은 저절로 줄어들 것 아닌가.

풀어야 할 또 다른 난제로는 통신언어의 무분별한 남용과 혼재다. 지금도 통신언어는 고유어, 외래어, 외국어, 이모티콘의 혼종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말 친화 환경을 조성함과 아울러 통신언어와 우리말의 상생을 위한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 우리말의 뿌리가 흔들려서는 안 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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