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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유년기를 돌이켜보면 이상적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아이들은 눈치 보지 않고 가장 현실적인 것을 선택하고, 가장 이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들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여과 없이 표현한다. 심지어는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을 때까지 숨이 넘어가도록 떼쓰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가장 이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존재.

건축을 하다보면 이상을 향해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곤 한다. 심지어 ‘자신의 건축물’을 지으려 설계사무실을 찾는 클라이언트마저도 그것을 추구한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현실은 물리적인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곳이고 이상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야릇한 곳이라, 경계를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어른이 된 후에도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많은 부분은 물질적인 문제인 것은 왜일까? 우리의 현실은 과연, 물질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그 무엇일까? 그래서 이상을 좇으며 사는 이들은 항상 배를 곯아가며 스스로의 세계를 지키는 것일까?

- 때로 우리는 이성을 만나 고백할 때에도 진정한 목표가 현실에 있는지, 이상에 있는지 혼란을 겪곤 한다. -

경계를 허무는 순간, 예술이 되거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바스라진다. 그것이 인간이다. 인간의 오류는 어쩌면 이상도 현실에 공존하며 극단에 치우치지 않으려 중심을 잡고, 결국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대부분이 그렇게 살아간다.

이상적인 건축은 현실에 존재할 수 있을까?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모두가 만족스러운…. 그런 건축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건축이 어딘가 아쉽고, 어떤 과정인가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함께 살아온 배우자를 두고 뭘 보고 결혼했나, 하는 질문들을 하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점을 장점에 묻어두고 결혼한다. 건축 또한 마찬가지로 단점보다 장점이 부각되도록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며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행위들이 자연스럽게 건축물에 녹아들어 장점이 그 건물의 화두가 되고 단점은 묻혀지도록 하는 것이다.

한옥의 경우, 장점이 극단적으로 부각된 건축물이다. 수많은 불편함을 모두 감수하도록 하는 장점. 강점을 가진 건축물은 사람들로 하여금 단점을 용서하도록 한다.

- 그녀의 입술이 예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단점이 용서되고, 단점으로 인해 발생될 문제는 생각해볼 수 없게 된다 -

물고기는 물속을 유영하며 즐거움을 만끽한다. 그 이상의 상상력과 가치를 추구할 필요도 없는 현실에 완벽히 적응한 생명체이다. 우리가 물고기에게 또 다른 삶에 대한 기회를 준다면 어떤 기회를 줄 수 있을까? 누가 봐도 탐스러운 입술, 예쁘고 영롱한 눈,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

우리는 물고기가 아니므로 어떤 것이 좋을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이 바로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나오는 가차 없는 상상력이기만 한 이유가 아닐까? 그래서 그 상상력이 작품이 된다면, 그것만으로 재미있는 오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이 모든 상상력을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가차 없이 막아버린 것은 아닐까?

배우지 않는 것이 배우는 것보다 더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말은 익히 들어왔다. 그것을 건축가 안도다다오만큼 적절히 비유될 만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권투선수 생활을 한 뒤 건축여행을 통해 자신만의 건축을 완성한 사람이다. 누구에게 배우기보다 스스로 우상이 된 건축가이다.

현실은 분명 눈앞에 있지만 벗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 물고기는 상상하면 상상하는 대로 재미있게 그려진다. 다른 이유는 변명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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